쪼그라드는 PC시장…레노버는 웃었다

올 출하량 100만대 감소
레노버, HP 꺾고 1위로
세계 PC시장 1위 업체였던 휴렛팩커드(HP)가 올해 레노버에 왕관을 빼앗겼다. PC시장은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신흥 강자 레노버 올해 PC시장의 ‘스타’는 중국 PC 제조업체 레노버였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4분기 레노버가 HP를 제치고 글로벌 PC 업계 1위 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 등 일부 시장조사업체는 3분기에 이미 레노버가 HP를 추월했다고 분석했다.

레노버를 제외한 PC 제조업체들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을 3억6400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대비 100만대가량 감소한 수치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PC시장도 비슷하다. 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PC 출하량은 580만대로 지난해(670만대)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개발도상국 PC시장 정체

김태진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미국 금융위기 때나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때도 PC시장은 성장했다”며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PC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있었던 개발도상국 시장마저 정체에 빠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태블릿PC 출현은 PC 교체 시기를 더 늦추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PC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OS) 윈도8도 반응이 미미하다. 시작 버튼이 없고 손가락 터치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 UI에 대한 저항감이 큰 탓이다.윈도8을 기반으로 한 ‘컨버터블 울트라북’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태블릿PC가 노트북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떨쳐내기 위해 키보드를 탈부착하거나 화면을 밀거나 돌리는 형식으로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게 디자인했지만, 아직은 ‘과도기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업체들도 변화 모색

삼성전자는 최근 PC사업부를 IT솔루션사업부에서 떼어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관장하는 무선사업부에 통합시켰다. 업계에서는 세계 PC시장에서 ‘톱5’ 안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카메라’처럼 PC와 통신부문을 융합하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LG전자는 올해 말 인사에서 PC사업부 수장 자리를 TV연구소장이었던 권일근 전무에게 맡겼다. LG전자는 데스크톱PC가 중소기업 경쟁 제품으로 지정됨에 따라 내년에는 울트라북과 올인원PC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울트라북은 국내 전체 노트북 수요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