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저금리 투자대안 찾아라"…영국서 학교짓고 헤지펀드 투자늘리고

채권서 탈피해 빌딩 등 투자대안 모색 활발
한화는 해외병원 장기투자, KDB 터널에 대출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헤지펀드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종전처럼 국공채 위주로만 투자했다간 역마진이 날 것이란 위기감에 위험을 더 부담하더라도 헤지펀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 타개야말로 요즘 경영진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총 6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보험사들이 수익률을 0.1%포인트라도 높이기 위해 대안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20~30년간 장기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가 1순위다. 종신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 만기가 초장기란 점을 고려해서다. KDB생명은 국가 기간시설에 투자한 경험이 많은 산은금융그룹 계열사란 이점을 살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 20일엔 부산 천마터널 시설자금 용도로 200억원을 대출해주는 약정을 맺었다. 2036년까지 연 5.0%의 고정이자를 받는 조건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교직원공제회와 함께 영국의 병원 학교 기숙사 등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에 1600억원을 투입했다. 만기는 최장 35년에 달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대수익률을 연간 7% 정도로 잡고 있는데 국내 인프라 펀드에선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김종천 우리아비바생명 부사장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되 BTL과 같은 대안 투자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빌딩을 매입하거나 직접 신축에 나서는 보험사도 많아졌다.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노린 포석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초 서울 역세권의 한 대형 건물을 매입, 임대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매입액이 1000억원 이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엔 순화동의 21층짜리 오피스빌딩인 에이스타워를 1900억원에 사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서울 관훈동에서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의 신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작년 말 대성쎌틱이 갖고 있던 5855㎡ 규모의 땅을 1384억원에 사들였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세종로에 호텔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보험사들이 특히 관심을 집중하는 부분은 장기 운용이다. 종신보험이나 연금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단기 투자상품만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리가 반등할 때마다 장기 채권 비중을 늘리는 등 자산 재조정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상당수 보험사들은 저금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위기대응팀(TF)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외부 컨설팅업체에 경영진단을 맡긴 삼성생명에 이어 신한생명과 한화손보도 지난달 관련 팀을 구성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