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감면 연장 '오리무중'…거래도 끊겨

법안 발의도 안돼…내년 1월부터 주택거래 공백 불가피

“내년 1월 주택 거래 건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장 이전 등 실수요자들의 거래까지도 끊기게 생겼습니다.”

부동산 중개업계가 ‘취득세 감면 연장’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취득세 감면제도 시효가 이달 말로 종료됨에 따라 주택거래시장이 얼어붙고 있어서다. ◆“취득세 감면연장법안 국회상정 안돼”

26일 국회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주택취득세 감면연장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도 안되고 있다. 실무적으로 전문위원들이 검토하는 단계여서 연내 법안 발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행정안전부에서 지난달 정부안으로 제출한 9억원 이하 1주택에 한해 취득세율을 2%로 환원해 1년 연장·적용하는 법안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 상정되더라도 시행은 2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시행일을 대책 발표일로 소급 적용한다해도 내년 1월 거래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중개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여야가 미온적일 경우 법안 처리는 1분기를 넘길 수도 있다.중개업계에서는 당연히 지금처럼 주택가격 9억원 이하는 취득세율이 1%, 9억~12억원은 2%, 12억원 초과는 3%가 감면되는 방식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 같은 감면 범위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내 처리해 달라는 입장”이라면서도 “지방세 세수와 관련이 있는데다 여야가 인수위 구성, 선거 패배 등으로 어수선해 취득세 감면연장 법안에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거래 공백 불가피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 초 주택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흑석동 삼양공인 송용석 대표는 “지난달까지 취득세 감면효과 덕분에 급매물건은 상당히 거래가 됐는데, 이달 들어 다시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취득세 연장 움직임을 보고 주택 매매에 나서겠다는 수요자들도 적지않다. 내년 1~2월 취득세 감면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월쯤 집을 사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 아파트값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10억원에 달했던 서울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84㎡형은 9억원을 밑돈다. 서울 잠실동 88부동산 관계자는 “매수를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는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이라며 “이 때문에 연말 연초 아파트값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감면연장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서 연초에 취득세율이 이전 수준으로 환원되면 거래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내년 봄철 이사수요자들의 경우 대부분 2월 설 연휴 이전에 계약을 끝내는 게 관행”이라며 “그런데 취득세 감면연장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경우 봄철 매매는 급격히 줄어들고,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이태훈/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