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으로 본 2013년 國運] 우리 문화 속 뱀, 인내·多産의 상징…재물 관장하는 '業神'

뱀(巳)은 12지의 여섯 번째 동물이다. 시각으로는 오전 9~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뱀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뱀은 아주 위험한 짐승이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어서다. 차가운 눈초리로 혀를 날름거리며, 기다란 몸뚱이로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습이 징그럽기도 해 늘 경계하고 피한다. 상상 속의 뱀은 신적인 존재다. 뱀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이다. 비오는 날 용이 돼 승천하는 백년 묵은 이무기 얘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구렁이는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업신(業神)으로 모셔졌다. 부자가 되는 것을 ‘업이 들어온다’고 하고, 재산을 탕진해 가난해지는 것을 ‘업 나간다’고 한다. 집안에서 뱀이 눈에 띄거나 담장을 벗어나면 망조가 들어 그 집안의 운수와 가옥의 수명이 다 된 것으로 생각했다.

뱀은 남근(男根)의 상징이기도 하다. 많은 알을 낳는 뱀은 다산(多産)의 주인공이다. 특히 뱀꿈은 길몽으로 여겼다. 뱀에게 물리는 꿈, 뱀를 만지거나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재수와 재물이 따르는 좋은 꿈이며, 태몽으로도 해석했다. 또 불사(不死), 재생(再生), 영생(永生)의 상징으로도 받들어졌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사라졌다가 이듬해 나타나고, 때가 되면 허물을 벗는 모습으로 인해 죽음에서 되살아나 영원히 사는 존재로 여기게 된 것. 현실적으로 노쇠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명약으로서의 기능도 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