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파격 세일' 은평뉴타운은 지금 "계약 건수 '껑충' …새 입주민들 '북적'"

그간 고질적인 미분양 사태에 따라 서울시의 ‘골칫덩이’로 여겨졌던 은평뉴타운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버스로 10분 남짓한 곳에 자리한 은평뉴타운은 북한산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공기 또한 청량했다.

은평뉴타운은 2012년 11월 20일부터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의 SH공사가 최대 2억25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등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내놓은 덕에 12월 17일 오후까지 미분양 아파트 총 615가구 가운데 417가구에 불이 켜지게 됐다. SH공사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 선착순 공급을 시작한 2012년 11월 20일 하루에만 일시납 분양 23가구, 분양 조건부 전세 84가구 등 총 107가구가 분양을 신청했다. 그동안 수차례 이뤄진 미분양 판촉에도 꿈쩍하지 않던 수요자들이 대폭 할인된 금액과 4년 전세 계약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분양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는 서울시와 이미 제값을 주고 분양받은 기존 입주자들의 불만 또한 거센 은평뉴타운을 찾아가 봤다. 166㎡를 전세 2억 원대에 계약

서울시 진평동 일대 총 349만㎡에 달하는 은평뉴타운은 1·2·3지구에 걸쳐 약 1만60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주거 타운이다. 그동안 중소형 평형은 대부분 분양이 완료됐지만 2008년 준공 즈음 터진 미국발 금융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사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전용면적 134㎡(공급 면적 53평형)와 166㎡(공급 면적 65평형), 약 600여 가구가 빈집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동안 은평뉴타운 내에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며 출퇴근한 뒤 발표한 ‘미분양 주택 분양 촉진 대책’이 큰 효과를 보고 있었다. 2012년 11월 29일부터 SH공사의 사장을 필두로 서울 주요 거점에서 은평뉴타운 분양 촉진 가두 판촉을 시작하기도 했다. SH공사의 관계자는 “분양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매주 3회 시청·강남역·여의도역·목동역·종로3가역과 일산 주엽역 등지에서 매회 직원 60명씩이 참여해 시민을 대상으로 판촉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미분양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와 SH공사의 강력한 의지 속에서 탄력적인 계약 형태와 파격적인 가격 할인 방침이 수요자들에게 제대로 통하게 된 것이다.

5단지 부근에서 뉴타운 부동산 컨설팅을 운영 중인 이루리 실장은 “2012년 11월 20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단 하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20일 동안 해당 부동산에서만 두 자릿수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최근에 몰려든 수요자들이 매매보다 대부분 전세 계약을 했다며 “이 근처의 112㎡ 아파트의 전셋값은 2억5000만 원인데 은평뉴타운에서는 134㎡가 2억5000만~2억6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녀가 많거나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선호도가 높았고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의 문의도 많았다. 대부분은 일단 4년(2년 계약, 최대 2년 연장)간 전세로 살아보고 난 후 분양을 받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살다가 최근 은평뉴타운 입주를 앞둔 주부 신모 씨는 “신문 기사를 통해 은평뉴타운의 매물이 저렴하게 나왔다고 해서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가 계약했다. 현재 사는 집인 86㎡보다 훨씬 넓은 테라스형 134㎡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다. 그동안 이사하려고 다른 지역을 많이 알아봤었는데 사세보다 80%나 저렴하게 나왔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전세로 살다가 분양을 받지 않더라도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 또한 북한산 아래이기 때문에 공기가 좋고 아파트 단지도 깨끗했다. 물론 전에 살던 곳에 비해 교통은 좀 불편하겠지만 차차 해결된다고 하니 기다려 보려고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서울시와 SH공사가 은평뉴타운 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 선납 할인(최대 1억7600만 원)과 평면 개선 비용(최대 3500만 원) 등 최대 2억2500만 원을 지원하고 조건부 전세는 전세 기간 만료 후 반드시 매입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최장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현재까지 미분양 가구 가운데 총 67.8%의 계약이 이뤄졌다. SH공사는 현 추세대로 간다면 2013년 2월까지 미분양 아파트 전량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입주한 주민들은 이처럼 파격적인 미분양 대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할인 분양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아파트 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분양가를 모두 내고 입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뉴타운 입주민 50여 명은 최근 ‘은평뉴타운 소유자 비상대책모임’을 구성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손해배상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이뤄진 계약 417건 가운데 386건이 전세인 점 또한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4년 후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은 미봉책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홍보처의 한제남 과장은 “전세 계약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주민들이 입주하면 지역의 상가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북한산·서오릉자연공원·진관근린공원 등 자연환경이 워낙 쾌적해 한 번 은평뉴타운에서 유입된 주민들이 생활권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주민 불만 높은 상업·교통 시설 미비는 숙제

하지만 은평뉴타운의 취약한 상업 시설과 교통 문제 또한 기존의 입주민들과 예비 입주자 모두가 불만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뉴타운 조성 초기부터 구파발역을 중심으로 알파로스복합개발(주)(초대형 복합 상업 시설)에 의해 오피스텔과 호텔, 대형 마트, 멀티플렉스, 스파, 오피스, 메디컬센터 등 다양한 생활 편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진 상황이다.

알파로스 측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악화된 사업성 보완을 위해 토지 대금 납부 연기 등을 요구했지만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한 서울시가 사업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해 개발이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2012년 10월부터 은평 뉴타운 내에 한옥단독주택용지 19개 필지에 대해 입찰 및 추첨 접수를 받기도 했는데 분양가는 감정평가 금액에 따라 산정됐고필지 유형별(단독형·집합형·블록형) 또는 각 필지별로 ㎡당 200만~230만 원 수준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분양되는 용지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분양되는 집단 한옥주택단지로 북한산 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대규모 상권이 어우러진 은평뉴타운 내에 있어 주거환경이 뛰어나 고 평소 친환경 한옥 주택 거주에 관심이 있었던 실수요자들은 구입을 고려 할만하다”고 밝혔다. 이 부지는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의 맞은편에 있는데 북한산 둘레길 부근이라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찻집·식당·도예공방 등을 열고자 하는 이들의 문의가 많다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했다.

교통 대책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교통기획팀의 김종민 주무관은 “지하철 3호선 배차 간격 단축, 지하철 6호선, 신분당선 연장을 논의 중이며 뉴타운 내에서 광화문이나 강남 쪽으로 한 번에 가는 회원제 정기권 버스 운행을 위해 업자를 공모 중이다. 또 2013년에 뉴타운 내에 최신형 버스 정보판과 쉼터 등을 50개가량 설치하고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조성 초기부터 논의 중인 신규 도로 은평새길은 뉴타운 주민과 일산 삼송지구의 주민이 유입하게 되면 교통난이 가중되는 터라 종점인 종로구의 반대가 있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