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Power Up! 여성경제인] 고위직 여성 비율 아시아 '꼴찌'…美선 女임원 많을수록 실적 '쑥쑥'

(下) '위미노믹스' 시대…여성 임원 육성하라

가사·육아 부담 탓에…
女직원 육아 휴가때 인사상 불이익 없도록 기업 시스템 개혁해야

女임원 비율 법제화를…
기업 정부 고위직에 독일·노르웨이 처럼 일정 비율 강제 할당 필요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우르술라 번스 제록스 회장 겸 CEO, 헤더 브레시 밀란 CEO.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보직을 거쳐 글로벌 기업의 사령탑에 오른 여성 기업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선 주요 보직에 오른 뒤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하는 여성이 흔치 않다. 기업에 취직해 중간관리자를 거쳐 CEO 후보생으로 볼 수 있는 임원까지 오르는 ‘커리어 사다리’가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이 기업 고위직에 오르는 비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 ○여성 중용 비율 최하위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작년 10대 아시아 증권시장에 상장된 7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내 여성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 최고경영진 내 여성 비율은 2%였다. 각각 2%와 1%를 나타낸 일본과 함께 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10대 아시아 증시 상장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비율은 평균 6%, 최고경영진 중 여성 비율은 8%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유럽(17%, 10%)이나 미국(15%, 14%)과는 차이가 더 크다.

국내 기업의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40%다.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성차별 등의 이유로 직장 내 ‘서버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해 ‘별’을 다는 경우가 소수에 그친다. 해외 기업들에 비해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낮은 것은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 탓이라고 여성 기업인 스스로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여성 경제인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이같이 대답했다. 주요 업무를 관장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기업 내 인식 때문이란 의견도 33%에 달했다. 회사에서 여성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12%였다.

국내 여성기업의 92.9%가 개인사업체이며 법인은 3.9%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존 기업의 조직 인프라에서 교육받고 경쟁하면서 CEO에 오르는 게 바늘구멍이어서 ‘나홀로 창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성 임원 많을수록 주가도 상승미국 조사기관 카탈리스트는 최근 여성 임원 수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률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보고서를 냈다. 조직의 문제 해결 능력도 향상되고 집단 지성도 더 잘 발휘된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가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임원으로 있는 기업들의 6년간 실적이 임원이 모두 남성인 기업들보다 26%가량 더 우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들은 여성 CEO를 배출하기 위해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엘런 쿨먼을 CEO로 선출한 미국 석유화학업체 듀폰은 ‘우먼인리미티드’란 멘토링 제도를 만들어 고위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여성 인재 육성에 참여토록 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는 육아휴가를 사용하는 여성이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했다.

정부에서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민간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평균 2~4%인 여성 임원 비율을 2018년까지 20%, 2023년까지 40% 이상으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6년까지 기업 내 고위직 여성 비율을 30%로 늘리기로 했다. ○임원 육성프로그램 가동을

국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여성 임원 승진자는 12명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LG그룹 역시 지난해 11월 임원인사를 단행해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인 이정애 LG생활건강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 전무 외에 3명의 신규 여성 임원도 배출했다.

양영석 한밭대 창업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여성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며 “멘토링 제도 등을 만들어 여성 임원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때”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