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vs 카드사 '기싸움' 애꿎은 소비자만 혼란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 두 집단은 얼마나 더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양이 찰런지'(아이디 kej***)

'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신용카드사와 이통통신사 간 신경전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2일, KT와 LG유플러스는 4일부터 신용카드사를 통한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이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들의 동의 없이 요금 납부방식을 카드사 자동납부로 변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사들이 카드사의 자동납부 접수 대행을 중단함에 따라 신규 가입자들은 신용카드로 요금을 납부하려면 대리점에 직접 가서 신청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기존에 카드사를 통해 통신요금을 냈던 고객들은 요금 납부 방식을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

이통사들은 이번 서비스 중단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카드사와의 갈등에 이통사가 선전포고 내지 견제용 수단으로 납부 중단을 꺼내든 모양새다. 카드사는 최근 이통사에 적용하던 수수료율(기존 1.1~1.5%)을 1.85~1.89%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통사는 1.5% 수준 이상으론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통사들은 카드 수수료 인상을 감행할 경우 은행 자동이체 전환, 제휴할인 폐지, 마일리지 축소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던 카드사들은 이통사의 이번 조치로 되레 수수료 매출에 타격을 받을 까 걱정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통한 통신요금 자동이체가 크게 줄면서 수수료도 줄어들기 때문. 업계 일각에서는 고객들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 아래 이통사, 카드사 모두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보람 씨(29)는 "이통사들이 휴대폰을 팔 때만 친절하고 소비자들의 차후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해당 사실을 접한 박성우 씨(30)는 "고객들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자사의 이익을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