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작년 삼성에 25명 합격시킨 인천대…SSAT 강의에 모의면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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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삼성취업반'을 가다
7명 강사, 20여명 집중지도…카톡으로 24시간 취업 상담
2013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전날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세밑 매서운 찬바람이 두꺼운 외투를 뚫고 살갗을 싸늘하게 했지만 2013년 상반기 취업을 위한 열정을 뚫지는 못한 듯했다. ‘행운은 발끝에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삼성취업준비반’ 학생 20여명은 이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찾았다. 눈 내린 조용한 캠퍼스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한 강의실. 학생들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SSAT·모의면접 ‘24시간 멘토링’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병구 삼성전자 전무(자문역)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1주일 만에 학생들 눈빛이 달라지더라”며 김 전무가 흐뭇한 표정으로 던진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기자가 강의실을 찾았을 때 나온 주제는 ‘자소서, 어떻게 써야 하나’였다. “과거형은 단 한 줄, 최소한으로 표현하세요. 그리고 대학생활의 역량을 주로 나타내야 합니다. 제가 역량은 무엇이라고 했죠?” 김 전무가 묻자 학생들이 일제히 “능력과 태도”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곧이어 나온 주제는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였다. “인성, 전문성, 사회성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면접을 잘 치러낼 수 있을 겁니다.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성, 전공지식을 통해 전문성을,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과 융화력을 통해 사회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강의 후 만난 김 전무는 “삼성그룹 인재개발실에서 수십년간 채용을 담당한 경험으로 기업과 학생들 간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인재제일을 목표로 합니다. 나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가치와 연결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소통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 구시대적 인재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업과 학생들 사이에 이런 가치관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인천대 삼성반은 김 전무 말고도 6명의 강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의 인적성검사인 SSAT의 영역별 강의와 모의면접을 맡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총 17주 170시간 매주 토·일요일에 교육을 진행 중이다. 강사 중 한 명인 안성만 잡멘토 대표는 “밤 12시에도 상담요청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늦은 시간 그들의 상담에 응해 주려면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6개월 뒤 취업할 이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로 카톡그룹 채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상담에 응해 주고 있다. 24시간 학생들의 취업궁금증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깨지고, 혼나고’…그래도 “합격할 거야”한 시간의 점심식사를 마친 후 학생들은 다시 강의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오후 프로그램은 프레젠테이션(PT)면접과 전공면접, 토론 면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인재개발팀에서 채용을 담당했던 김홍태 한국취업신문 대표가 교육을 진행했다.
이날 유일한 홍일점으로 삼성화재 입사를 희망하는 황보람 씨(경제학과 10학번)가 ‘나의 STP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의 급여, 재무구조 등을 비교하며 개략적인 분석을 한 뒤 삼성화재 지원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황씨가 발표를 마치고 난 후 우물쭈물 인사를 하고 나가자 김 대표는 곧바로 “면접은 인사하고 문 닫고 나가는 순간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실전처럼 하라”고 지적했다. 또 “면접관들은 결론부터 듣고 싶어 하는 DNA가 몸에 박혀 있다”며 “말이 길어지면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으니 결론부터 말하는 연습을 하라”는 날카로운 촌평을 쏟아냈다.프로그램이 끝나고 황씨에게 다가가 “지적받았을 때 힘들지 않았나”라고 물어보니 씩씩한 표정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 연신내가 집이지만 프로그램에 매진하기 위해 대학교 기숙사에 입실했다는 황씨는 작년 10월 초 잠깐 집에 머무른 것 이외에는 서울에 발도 들여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표현했다. “높은 학점 덕에 취업이 잘 될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는데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인지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에 진행될 삼성그룹 인턴채용에 지원해 꼭 합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삼성그룹에 25명을 합격시킨 인천대. 올해는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가 된다.
인천=노윤경 /이도희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roh@jobn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