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식품유통공사, 향응 받고 '곰팡이 고추'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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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중국산 6600t 유통곰팡이가 있는 고추와 썩은 양파 등 불량 농산물 수천이 수입돼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퇴직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유통 계약을 따냈는가 하면, 공사 직원이 수입업체에서 향응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대상으로 벌인 국영무역 주요 농산물 판매·수입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9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유통공사는 2011년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넘긴 1218 등 불량 건고추 6600t을 수입해 시중에 유통시켰다. 유통공사는 건고추에 곰팡이가 포함돼 품질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 현지보다 35% 비싼 가격으로 수입 수의계약을 맺었다. 유통공사와 수입 수의계약을 맺은 A씨는 공사의 퇴직직원으로, 친구 등 8명의 명의로 입찰하는가 하면, 공사 직원들에게 식사·마사지 등의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입고 때는 고추를 쪼개 검사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17.8% 들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사는 이 고추의 인수를 거부하기는커녕 쪼개지 않고 다시 검사해 수치를 7.9%로 낮춰 그대로 입고시켰다. 공사는 이렇게 수입한 건고추의 일부는 정상품으로 판매했고, 일부는 품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중간상인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청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부적합 판정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중국산 곰팡이 고추를 잡아내지 못했다. 2009년 이후 식약청이 곰팡이 과다로 고추를 반송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공사는 또 2011년 2~3월 불량 비율이 기준치(5%)를 2~6배 넘는 중국산 양파 279t을 수입하는 등 총 1950t을 국내에 들여와 시중에 판매했다.
감사원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게 농산물 수입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7명을 문책하고, 외자구매 등에 대한 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