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천연물 신약, 의사만 처방권 가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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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이 들끓고 있다. 연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방문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는 17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1만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천연물 신약’ 때문이다. 천연물 신약은 과거 한의사들이 주로 사용했던 한약재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2007년 식약청 고시를 통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에게 처방권이 갔다. 한의사는 처방할 수 없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천연물 신약 문제가 지난해 녹십자가 관절염 치료제 ‘신바로캡슐’을 내놓으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녹십자의 파워 때문이다. 녹십자가 이 약을 대대적으로 판매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한의계의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양의사에게 한약 처방권을 주는 것은 불가하다”고 극력 반발하고 있다. 한의사들 모임인 ‘천연물신약 비상대
위원회’는 식약청 고시를 무효화해 달라며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참에 천연물 신약과 관련된 법령 자체를 모두 폐기하고 재정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의협은 한방대책특위를 구성하고 “한의계가 의사들의 고유 영역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처방에 관여하려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행위”라고 반격했다. 한의업계는 한의사비대위라는 ‘결사대’를 결성해 결사투쟁에 나섰고, 의협은 한방대책특위를 만들어 “법대로 해야 한다”고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한약분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김필건 한의사비대위 수석부위원장과 이에 반대하고 있는 유용상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위 위원장이 지상 논쟁을 벌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