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CEO 거액연봉'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일과의 80%는 '비즈니스 미팅'…홀로있는 시간 하루15분도 안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메릴린치의 전 최고경영자(CEO) 존 테인. BoA에서 자산운용 부문 사장을 맡았던 그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메릴린치가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2009년 불명예 사퇴했다. 메릴린치로 합병되기 직전 연말 특별 보너스를 챙겼고, 1년 전 호사스러운 사무실을 꾸몄던 게 화근이었다.

테인은 사무실 리모델링비로 12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을 썼다. 당시 중산층 다섯 가구의 집값에 맞먹는 돈이다. 3만5000달러짜리 화장실, 9만달러짜리 카펫, 1400달러짜리 휴지통, 금으로 장식한 수도꼭지 등을 사무실에 구비하고 기사가 딸린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등 총 7800만달러(약 823억원) 규모 특전을 챙겼다.CEO의 연봉은 월가의 ‘뜨거운 감자’다. 위기가 닥쳤을 때는 더 그렇다. 빌 존슨 프로그레스에너지 CEO는 지난해 듀크에너지와 합병하면서 회사를 떠날 당시 4400만달러의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마이클 제프리 아베크롬비 CEO도 2011년 회사의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4800만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직:회사의 원칙》의 저자 레이 피스맨과 팀 설리번의 기고문을 통해 터무니없어 보이는 거물급 CEO의 연봉과 황당한 특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스맨은 CEO의 거액 연봉과 보너스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는 첫 번째 근거를 그들의 일과에서 찾았다. 스마트폰과 이메일 등 통신 혁명도 CEO의 일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 CEO들이 홀로 있는 시간은 하루 중 1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런던정치경제대 교수진이 지난해 각국 CEO 수백명을 상대로 일과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하루의 72%를 비즈니스 미팅과 식사를 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슈퍼스타 이코노미’의 시대에 CEO가 갖는 심리적 부담과 영향력도 연봉과 보너스를 계속 높이는 원인이라고 피스맨은 분석했다. 그는 “CEO가 내리는 순간의 판단이 회사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메이저 리그 야구선수와 마이너 리그 선수가 던지는 볼의 거리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연봉은 수십억원 차이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