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vs '실용'…삼익악기 - 영창뮤직, 정반대 전략으로 승부

中企 맞수 열전 (2) 악기시장 쌍두마차

삼익악기, 고급 피아노·바이올린 중점
세계 유명업체 잇따라 인수…중저가 제품과 차별화

영창뮤직, 전자악기·기타 비중 확대
전국 90여곳 피아노 대리점…실용음악 전문점으로 변신

국내 악기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2년 기준 시장 규모는 2889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업계에선 앞으로 10년 이내에 4배 정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이어지면서 여가활동으로 악기를 배우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악기 시장 1, 2위를 다투는 삼익악기와 영창뮤직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업체는 각자 ‘전통악기 고급화’와 ‘실용악기 시장 공략’이란 상반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또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 쟁탈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통악기 vs 실용악기삼익악기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 전통악기 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급화를 통해 ‘명품 악기’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익악기는 잇따라 세계적인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 2002년과 2008년 독일 피아노 제조사 베흐슈타인과 자일러를 각각 사들였다. 또 세계 그랜드 피아노의 98%를 차지하는 미국 스타인웨이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다. 고급 바이올린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삼익악기는 ‘프렐류드(PRELUDE)’를 출시했다. 바이올린의 앞판과 뒤판의 곡선부분을 손으로 직접 깎아서 만드는 핸드 커브(hand-curved)공법을 접목했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저가 제품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전통악기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창뮤직은 전자악기와 기타 등 실용악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CCC(Close to the Customer with applied musiC)’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CCC정책은 피아노 대신 실용악기 판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우선 전국 90여곳의 피아노 대리점 중 30곳을 실용음악 전문 판매점으로 탈바꿈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관현악기와 전자악기가 고객 눈에 잘 띄도록 전진 배치했다. 1990년 미국 전자악기 업체 커즈와일을 인수하면서 핵심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게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미국 보스턴에서 현지 박사급 인력으로만 실용악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영창뮤직 삼익악기 야마하 모두 피아노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오디션 열풍에 힘입어 실용음악 악기 분야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놓고 치열한 경쟁

두 업체는 위기를 이겨내며 성장해 온 것도 닮았다. 1958년 세워진 삼익악기는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플랜트 전문업체인 스페코에 매각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2004년엔 흑자로 전환했으며 현재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1위 악기업체로 거듭났다. 영창뮤직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1956년 신향피아노사로 출발한 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악기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04년 부도가 난 뒤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이후 다시 재기에 성공, 삼익악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은 두 회사가 부도를 딛고 재기하는 성장의 발판이 됐다. 특히 두 업체 모두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악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피아노 보급률은 매년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삼익악기는 중국 시장에서 자일러를 비롯한 삼익, 프램버거, 크나베 등의 브랜드를 출시해 중·고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8년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법인을 판매법인으로 개편했다. 현재 대리점 수는 220개.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피아노 회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대리점 수를 오는 2015년까지 3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영창뮤직은 전자악기를 중심으로 외국 진출에 나섰다. 지난해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1회 중국 국제 음향·악기 기술박람회’에 참가,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의 신제품을 단독 전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10년 13% 수준이던 중국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악기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으로 부진한 매출을 만회할 계획”이라며 “국내 시장이 당장 회복기미가 없는 만큼 이러한 마케팅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