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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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이상 소설) ‘애너벨 리’(시)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겸 시인 에드거 앨런 포는 장르를 파괴한 독창적 작가였다. 장문의 산문시, 시적인 운문을 가미한 소설 등 19세기 미국 문단의 ‘질서’를 깨는 작품을 쏟아냈다.
포의 유년시절은 불우했다. 204년 전 오늘 미국 보스턴 유랑극단 배우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때 아버지가 가출했고, 두 돌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떴다. 부유한 상인 존 앨런의 집에 입양된 그는 17세 때 대학에 들어가 문학에 심취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술과 도박에 빠져 중퇴했다. 방황하던 그에게 ‘운명의 여인’이 나타난 건 20세 때였다. 사관학교 입학 전에 잠시 머물던 숙모집에서 7세 사촌동생 버지니아를 만났다. 1833년 소설 ‘병 속의 수기’가 당선된 뒤 잡지사 편집자가 된 포는 27세 때 열세 살 아래인 14세 버지니아와 결혼했다. 집필에도 탄력이 붙었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어셔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등 히트작이 잇따랐다. ‘모르그가~’는 뒤팡이란 탐정을 등장시켜 훗날 작가 코난 도일이 추리소설을 쏟아낼 수 있도록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포의 단편을 읽고 “내가 쓰고 싶었던 작품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포에게 허락된 행복의 시간은 짧았다. 1842년 버지니아가 결핵으로 쓰러진 뒤 5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부모에 이어 젊은 아내까지 잃어버린 그는 ‘애너벨 리’란 시를 남기고 1849년 볼티모어 길거리에서 숨을 거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