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의사' 100여명 무더기 소환

檢 '쌍벌죄' 후 최대 규모…300만원 이상 받은 의사만 추려내

"돈 뿌린 업체는 물론 의사도 반드시 처벌할 것"
검찰이 제약업체에서 ‘뒷돈’(리베이트)을 받은 의사 100여명을 소환한다. 2010년 말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이래 의사들에 대한 개별 조사는 있었지만 이처럼 줄소환은 처음이다. 검찰은 앞으로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업체가 적발될 경우 일정 금액 이상 받은 의사들은 무조건 소환 조사하는 등 관련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300만원 이상 받은 의사 ‘무더기 소환’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장)은 제약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전국 병·의원 의사 100여명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18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반은 일부 의사들에게 이미 소환을 통보했으며, 향후 순차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변찬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거래 에이전시를 통해 리베이트를 간접적으로 받거나 강의료 대납 등 합법을 가장해 수수한 경우 등도 포함됐다”며 “개별 수수 경위와 금액, 쌍벌제 시행 이전 또는 이후의 범행 여부 등을 수사해 죄질을 나누고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소환이 통보된 의사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400여명 중 리베이트 액수가 300만원 이상인 의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수사반은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의약품을 구매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동아제약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리베이트 거래를 대행한 에이전시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정부 ‘쌍벌제’ 이후 또 칼 빼드나 이번 조사는 2010년 말 쌍벌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건일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319명이 한꺼번에 적발됐으나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나 행정 처분은 없었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2010년 12월까지 전국 병·의원, 약국 등에 38억원의 리베이트를 준 혐의로 고발돼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고흥 수사반장은 “동아제약 건을 시작으로 리베이트 제약사가 적발될 경우 업체는 물론 관련 의·약사도 철저히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쌍벌제 이후에도 이어져 온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규제책으로 거론됐던 ‘쌍벌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과거 악습이 계속 이어지자 정부가 다시 한번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약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을 주로 하는 의사법·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의약업계 관계자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오랫동안 뿌리 내려온 관행을 단번에 뽑으려 하는 탓에 부작용도 있다”며 “향후 면허 취소·정지 등 강화된 규정이 바로 적용된다면 영세한 병·의원 등에 특히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 리베이트 쌍벌제

의약품·의료기기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등 리베이트를 준 업체와 받은 의료인 모두를 동일하게 처벌하는 제도.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2010년 11월 도입됐다. 리베이트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