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현재와 미래] 그린에너지 시대 '강소기업'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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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얼셀파워·넥스지오·해성산전 등 세계적 기술로 신재생에너지 선도
정부, R&D 집중 지원…투자 확대
“고도의 친환경 기술력, 대규모 장치 산업을 위한 막대한 자본….”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상용화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머지않은 미래에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중소업계에서는 낯설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신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산업화하는 것은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납품기일 맞추기에도 힘에 부치는 중소 제조업체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산업 생태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공격적인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시대의 선도 업체로 떠오르고 있는 강소기업들이 있다.
퓨얼셀파워는 2007년 일체형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국내외 특허 95건을 보유한 기술 선도 기업이다. 주거용 연료전지 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연료전지 상용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연료전지는 대기중 산소와 수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를 공급하는 한 재충전 없이 계속해서 전기를 쓸 수 있다. 이 회사는 연료전지 스택(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장치) 및 MEA(스택을 만드는 부품) 개발과 연료전지 10㎾급 시스템 개발사업 등 정부 주도 국책 과제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자원개발 전문기업 넥스지오는 깊은 땅속에서 열을 생산해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열발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민·관 합작사업(정부 130억원, 민간 230억원)으로 첫삽을 뜬 포항 남송리 지열발전소 프로젝트를 맡아 발전소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급 지열발전소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의 5분의 1 규모인 200㎿급 발전소를 건설, 포항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아직은 조금 생소한 풍력발전기용 감속기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해성산전은 유럽과 일본에서 100% 수입하던 풍력발전기용 감속기의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국산화했다. 신기술은 중량과 부피를 기존 외국산 제품보다 약 40% 줄인 특수기어를 개발해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였다. 이 회사는 100억원을 투자해 전북 군산시에 풍력발전기 및 플랜트용 감속기 제조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은 신재생에너지라는 ‘황무지’에서 ‘블루오션’을 발굴해 나가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래에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11%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 제5조’를 근거로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풍력, 수력, 지열, 해양 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등 8개 재생에너지 분야와 연료전지, 석탄액화 및 수소 에너지를 포함하는 3개 신에너지 분야로 나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 집중 지원해 수출 산업화와 성장동력을 견인하고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융합원천기술개발 사업에 지원한 실적은 총 1조6943억원이다. 이 중 태양광에 4539억원, 연료전지에 3870억원, 풍력에 2575억원을 투입했다. 단기적으로는 산업 파급 효과가 큰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 규모가 큰 바이오, 폐기물 분야 투자 비중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