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지으면 '하자'

국토부, 들쑥날쑥 '공동주택 하자기준' 25개항목 정비

벽체 균열 0.3㎜ 이상이면 부실로 판정
타일·벽체·창틀 들뜬 것도 보상요구 가능

새 아파트 입주단계에서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시공사와 입주자 간 ‘하자(흠)보수 다툼’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들쑥날쑥했던 신축건물 하자기준과 처리기준을 명확하게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1일 전문연구기관과 건설업계가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거쳐 25개 항목에 대한 ‘공동주택 하자판정기준’을 마련해 이달 초부터 하자분쟁조정위원회(www.adc.go.kr)에서 적용해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균열·누수 등 하자판정기준 마련

하자분쟁 소송의 ‘단골메뉴’인 벽체 균열은 외벽 기준으로 0.3㎜ 이상 틈이 벌어지면 하자로 간주된다. 콘크리트 재료 특성상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0.3㎜ 이내는 해롭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균열에 따른 누수나 철근부식이 있으면 하자로 인정한다.

최근 입주한 아파트 내·외장 마감재는 모델하우스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모델하우스보다 낮은 품질의 자재를 사용했거나 시공에서 누락됐을 경우 ‘시공 하자’로 평가한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2년 이상인 공동주택의 마감재 관련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다만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 자재와 도면을 변경했을 때는 마감재가 달라도 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단지 내 조경수의 하자기준도 명확해졌다. 잎이 많이 붙은 줄기 윗부분인 수관부(樹冠部) 가지가 3분의 2 이상 말라죽었을 때 해당 나무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정한다. 사용검사(준공) 도면과 현재 심은 조경수의 규격 및 종류가 달라도 하자로 간주한다.

물 고임이 심하거나 역물매(경사도)에 따라 배수 상태가 불량할 때도 하자로 처리된다. 타일이나 벽체가 들뜨거나 창문 틀 주위의 충전(메워서 채움)이 불량할 때도 하자다. 스프링클러 헤드설치 불량, 조명 등기구와 환경기 등의 규격 오류 등도 하자기준에 포함된다.

논란이 많은 창호·발코니 등의 이슬맺힘(결로)은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용역을 거쳐 추가 기준이 마련된다.◆공동주택 하자분쟁 크게 줄 듯

국토부는 장관이 하자판정기준, 조사방법 및 보수비용산정기준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2월 국회를 통과하고 6개월 뒤인 8월 중 시행된다.

박병규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사무관은 “앞으로 주택법에 하자판정기준 근거가 마련되면 더욱 강력한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동주택은 하자처리기준 미비로 분쟁 해결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자조정위에 신청된 건수는 836건이며 이 가운데 조정 완료된 것은 29건에 그쳤다. 574건은 심사를 마쳤고 201건은 위원회에 계류(상정)됐다.

건설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모델하우스 마감과 인테리어가 실물 주택과 달라질 경우 하자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공사 품질에도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 하자보수팀 관계자는 “앞으로 시공 품질과 공사감독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하자 기준이 명확해져 관련 민원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