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고급시계 매년 20%대 성장

'스타일 아이콘' 명품시계 (1) 불황 모르는 성장

40~50대 남성이 주고객…30대 예물 비중 높아
중국인 수요도 많아…IWC·예거르쿨트르 관심
새해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쏟아낼 화려한 신제품을 한자리에서 미리 볼 수 있는 곳,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했다. 16개 명품시계 브랜드가 참여한 올 행사에선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전성기를 누리는 시계 산업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명품 시계, 불황도 비켜간다국내에서도 한때 잘나가던 해외 명품 브랜드의 성장세가 2011년을 정점으로 주춤해진 것과는 달리 명품 시계는 여전히 20%대의 높은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수입 명품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시계 제외)은 2010년 12.6%, 2011년 19.6%에서 작년에는 한 자릿수(9.8%)로 한풀 꺾였다.

반면 명품 시계 매출 증가율은 2010년 25.2%, 2011년 26%, 2012년 20.6% 등으로 꿋꿋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의 지난해 시계 매출도 전년 대비 38% 늘었다.

국내 명품 시계 유통업체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까르띠에, IWC, 피아제 등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시계·보석그룹 리치몬트의 한국법인인 리치몬트코리아 매출은 2008년 1483억원에서 2011년 3359억원으로 3년 새 126% 늘었다. 오메가, 브레게, 스와치 등을 유통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는 같은 기간 631억원에서 1538억원으로 143%, 한국로렉스는 391억원에서 720억원으로 84% 뛰었다. 파텍필립, 쇼파드 등을 판매하는 우림FMG도 575억원에서 888억원으로 54%, 몽블랑을 판매하는 유로통상은 133억원에서 335억원으로 151% 증가했다.

명품 시계의 핵심 소비자는 30~50대 남성이다. 강선희 롯데백화점 고객전략팀장은 “전체 시계 구매자의 50%가 40·50대이고 혼수 구매가 많은 30대가 33%로 뒤를 잇는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앞둔 남성들 사이에서 예물로 ‘웬만한 건 다 빼고 괜찮은 시계 하나만’ 원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예물시계 비중이 유독 높은 게 한국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명품 시계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서울 강북에서 가장 큰 시계매장을 갖춘 롯데 에비뉴엘은 올봄 바쉐론콘스탄틴, 브레게, 블랑팡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매장 배치를 바꾼다. 강남에서는 신세계 강남점이 작년 8월 명품 시계 브랜드를 5개에서 10개로 늘렸고, 현대 무역센터점도 6개에서 15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파워 커지는 ‘유커’

국내 시계 시장이 커지는 데는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의 수요가 한몫하고 있다. 중국에선 고가의 귀금속·시계에 매기는 특수소비세 때문에 한국보다 명품 시계가 20~30%가량 비싸기 때문이다.가격 메리트 덕분에 한국 면세점에서 중국인들이 쓰는 돈도 해마다 늘고 있다. 신라면세점에서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4.46%에서 지난해엔 59.13%로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비중도 55%에서 65%로 증가했다.

백화점에선 면세점에 들여놓지 않은 모델을 구입하려는 중국인 수요가 많다. 초고가 시계는 1~2점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놓는 소비자도 많다. 롯데 에비뉴엘은 전 세계에 4개밖에 없는 랑게운트죄네의 단독매장이 있어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김신욱 롯데백화점 해외패션MD팀 시계보석 상품기획자(MD)는 “롤렉스 등 전통적인 브랜드의 인기가 높지만 최근엔 IWC, 예거르쿨트르, 랑게운트죄네 등으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선 면세점에 없는 파텍필립, 반클리프아펠 등이 인기다. 전 세계 24개국의 시간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화려한 골드 색상의 파텍필립 ‘월드타임’(9000만원대)은 중국인에게 팔렸다. 바쉐론콘스탄틴의 화려한 ‘패트리모니 트레디셔널 골드 브레이슬릿’(8000만원대)과 오데마피게의 ‘로얄 오크 스켈레톤’(7100만원대)도 최근 중국인에게 2개씩 팔렸다.

제네바=임현우/민지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