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상장지수채권시장 열린다

거래소, 개설 추진…주식·ETF처럼 매매 가능

원자재지수·통화…기초자산에 투자 효과
발행사 파산할 경우 투자금 날릴 수도

▶마켓인사이트 1월22일 오후 4시14분

한국거래소가 원자재지수와 통화 등 기초자산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채권(ETN) 시장을 이르면 올해 안에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TN은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투자자들은 ETN을 매매함으로써 원자재나 엔·달러 통화, 상품선물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초자산수익률 그대로 반영

거래소 관계자는 22일 “올해 거래소 사업계획에 ETN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포함했다”며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으면 시스템 구축(2~3개월),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올해 안에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해 증권사들과 ETN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ETN 도입 방안을 논의해 왔다.

ETN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만기(보통 15~30년)까지 기초자산 수익률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채권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원·달러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수수료 1%짜리 ETN을 100원에 발행했다고 하자. 발행기준일 환율이 1000원이고 만기일 환율이 1200원이라면 A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원금(100원)과 수익률(20%·20원)에서 수수료(1%)를 뺀 119원을 지급하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이 난다. 투자자들은 만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거래소에서 수시로 사고팔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ETN은 기초자산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채권이므로 주식워런트증권(ELW)이나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수익 구조가 투명하고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발행을 증권사가 맡기 때문에 시장이 커지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ETN시장 확장세ETN은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하다. 하지만 ETF 발행사처럼 기초자산을 편입할 필요가 없다. ETN을 판매한 돈으로 다른 자산을 편입해 수익을 내도 된다. 다만 만기 때 기초자산의 수익률만큼을 돌려주면 된다. 그런 만큼 증권사들은 변동성지수, 에너지인프라지수, 금, 은, 금속 등 다양한 기초자산 가격과 연동되는 ETN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수익률에 정확히 연동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다.

문제는 전적으로 증권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ETN이 발행된다는 점이다. 기초자산을 사지 않아도 되므로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 만약 발행사인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ETN도 상장폐지돼 투자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부도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ETN 3개 상품이 상장폐지된 적이 있다.

글로벌 ETN시장도 커지고 있다. 2006년 6월 바클레이즈가 ETN을 처음 만든 이후 UBS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다양한 브랜드를 내걸고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전자거래시장에 상장된 ETN시장 규모는 171억달러(약 18조원)가 넘는다. 상장된 종목 수는 200개 이상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거래소가 ETN시장을 열었다.

황정수/윤희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