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기회는 먹여 살리고 문제는 굶어 죽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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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직원들은 변했다. 예전엔 상사가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지를 먼저 고민했다. 요즘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저, 그거 하기 싫은데요.”
이것보다는 덜해도 이미 성장성이 떨어진 기존 사업 부문에서 손을 떼지 않으려는 직원들도 경영진에겐 부담이다. 새로운 일을 시켜도 좀체 시작을 않는다. 직원들의 이런 반응은 주로 직무분석에 입각한 배치 탓이다. ‘이 일’만 하라고 배운 직원들은 자신이 특기로 알고 있는 그 일을 놓으면 죽는 줄 안다. 여기다 경영진의 ‘큰 그림’보다는 당장의 실적을 더 중시하는 중간 간부들도 걸림돌이다.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세운 전략이 조직적 관성에 의해 무시되는 데는 대체로 이런 이유가 있다. 특히 자칫 한눈팔다가 최악의 실적에 그칠지 모르는 불황기에는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진다.
문제는 직원들이 자기 일에만 매여 있다면 회사는 결국 직원들이 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가던 길’만 가게 된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경영진의 전략이나 구조조정 방향에 동참하게 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기회는 먹여 살리고 문제는 굶어 죽게하라’는 법칙을 제안했다.(‘혼란기의 경영’)
자원은 속성상 집중 됐을 때만 생산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자원을 끊으라는 조언이다. 드러커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존 사업 진행을 위한 ‘운영 예산’과 새로운 벤처형 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기회 예산’ 등 2개의 예산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돈줄’을 죈다니 야속한 것 같지만 경영자는 내일을 더 중시해야 한다. 내일이 오늘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란 보장은 기업 세계에선 없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