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대비하라"…상장사, 적자 출자사 해산 잇따라

상장회사가 출자한 법인들이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해산을 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손실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타플렉스는 화학섬유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출자회사인 스타케미칼의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해산을 결정했다.스타플렉스는 최근 회계연도 기준 자기자본의 63.04%에 해당하는 527억원을 스타케미칼에 출자하며 공을 들였지만 공급 과잉에 의한 단가 하락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화학섬유업계의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능력이 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국내 업체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점이다. 저가 인건비 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대량 생산은 시장을 공급 과잉 상태로 만들어 공정한 경쟁이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스타케미칼의 순손실액이 지난 2011년 156억원, 2012년에는 1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 개선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업계 후발주자였던 스타케미칼 뿐만 아니라 선두업체인 효성, 코오롱, 웅진도 경기 불황에 다들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김동건 현대증권 연구원은 "섬유화학 업계의 문제점은 수요가 없다기보다는 중국 업체들로 인해 공급이 과잉된 상태라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업황이 어려움에 치달았다"고 설명했다.

스타플렉스 관계자는 "곧 주주총회를 통해 매각이나 청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 문제에 대해서는 "매각이 된다면 얼마에 매각될지 지켜봐야 하는 등 청산 절차가 완료돼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에머슨퍼시픽도 지난 15일 투자자문업계 불황에 따른 사업부진을 이유로 22억원을 출자한 오크우드투자자문을 해산키로 했다.에머슨퍼시픽 관계자는 "출자사의 적자폭이 그리 큰 수준은 아니었지만 워낙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향후 손실 방지 차원에서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며 "오크우드투자자문을 통해 부동산 투자 부문을 키우려고 했던 시도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투자자문 업계의 불황은 증시 침체로 인한 계약고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4월부터 9월(회계연도 상반기)까지 투자자문사 중 70%가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149개의 전업 투자자문사 중 적자를 기록한 104개의 투자자문사 손실액 규모(309억원)가 이익을 시현한 45개사의 순이익 규모(238억원)를 뛰어 넘었다.승화산업도 지난해 11월 100% 출자사이자 수입 자동차 판매사인 엠앤엠모터카를 해산시켰다. 이유는 역시 업계 불황과 판매부진으로 인한 손익 악화다.

엠앤엠모터카는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지엠코리아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축소된데다 계약 만료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회사 채권자와 주주의 더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승화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엠앤엠모터카의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자산 회수 규모는 청산 작업이 모두 완료된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앤엠모터카에 대한 출자금액은 42억원 규모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