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포비아' 현상, 2월부터 주춤해질 듯"

국내 주요 수출업체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원화 강세로 쇼크를 보이자 '환율 포비아(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低)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내달에는 엔·달러 환율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4분기 중 기록했던 원화 강세 기조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 역시 내심 1050원을 1차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원화의 급격한 절상압력은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엔화약세 유도 정책에 대한 반발도 환율 포비아 현상을 주춤하게 할 수 있는 변수라고 지목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옌스 바이트만 중앙은행 총재 등 독일 고위당국자들이 일본의 엔저 정책을 성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EU 경제는 엔화약세로 다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독일을 중심으로 EU 측이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며 "특히 시장침체 장기화로 이미 아사상태인 유럽 자동체 업계가 엔저 현상으로 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아직 엔저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엔·달러 환율이 95엔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면 엔저 정책을 비판, 엔·달러 환율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를 반영하듯 전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일본의 엔화 약세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급락과 급격한 엔저 현상으로 촉발되고 있는 환율 포비아 현상이 2월 들어 다소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달 15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아베 정부의 엔 약세 유도 정책이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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