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서비스 지출 소비재 구입…복합몰 등 소비변화 대응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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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신세계백화점올해 유통업계 상황은 시작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백화점의 경우 기존 점포의 신년세일 매출이 전년 대비 9~10% 줄어든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형마트는 일부 품목에 대해 ‘재고떨이’ 이벤트를 열고 있다. 영업 위축이 예상보다 심하기 때문이다. 가전·전자 전문점 역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황 분석
편의점은 다른 업태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성장률은 둔화됐다. 홈쇼핑은 유연한 상품전략으로 잘 대응하고 있지만 작년 4분기보다 주춤하다. 모바일쇼핑은 마케팅 강화와 고객 증가로 그나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전체적으로는 2011년 9월 이후 소비 위축 기간과 비교해 기대감만 높아졌을 뿐 회복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 양상이다.
○영업채널별 업황 차이 뚜렷
영업채널별 체감경기 차이도 상당하다. 요인으로는 먼저 높은 기저효과의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2년 순수 소매시장 성장률(경상기준) 추정치는 3.5%다. 2010년 8.7%, 2011년 7.7%까지 포함한 3년간 평균 성장률은 6.5%로 2006~2008년 평균성장률(4.9%)보다 높았다. 과거 소비 호황의 ‘역(逆) 기저효과’를 2~3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이는 소비시장 주변 환경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 가능성, 가계부채 부담 지속 등 소비환경의 주 요인들이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그레이 존(회색지대)’에 갇혀 있다.
둘째, 유통채널 다양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생산자 우위에서 외환위기 이후 유통사업자 우위로, 지금은 소비자 우위의 시대로 전환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필요(needs)와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소비 경기와 무관하게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백화점은 고급화 전략, SPA(기획부터 유통까지 모두 맡는 의류·패스트패션) 및 길거리 브랜드 입점,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으로의 확장, 온라인채널 강화 등을 시도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창고형 할인점으로 일부 전환해 온라인채널의 대폭 강화, 생활소비재 관련 소형 채널 진출 등에 주력하고 있다. 편의점은 점포 콘셉트의 다양화, 즉석가공식품 강화, 알뜰폰 판매 등을 통해 객단가(1인당 구매단가) 상승에 힘을 쏟고 있다. 홈쇼핑은 가전 비중을 대폭 줄이고 의류, 이·미용품, 잡화 중심의 상품전략을 구사하고 있다.홈쇼핑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백화점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중간 고객층의 이탈로 영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 충격과 경쟁 심화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주력 채널로 성장할지는 미지수지만, 모바일쇼핑은 신채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 나타난 영업채널별 업황의 차이는 소비환경, 소비자 필요, 정부 규제, 업체 전략 등의 변수가 각각의 채널에 차별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지출에 대한 관심 증대
셋째, 소비자가 서비스 지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소비패턴이 강화되고 있다. 유통 매장은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반면 해외 출국자 증가로 공항이 붐빈다. 경기 부진에도 서비스 지출은 생각만큼 위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소득 증가와 가치관 변화에 따라 소비를 통한 만족감을 소비재 구매보다는 서비스 지출에서 찾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뚜렷해지는 트렌드다. 그만큼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대형 유통업체의 복합쇼핑몰 중심 전략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이런 요인과 경기 변수를 감안할 때 올해 순수 소매시장과 주요 유통채널의 성장률은 작년에 비해 뚜렷한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순수 소매시장 성장률은 3.8%로 2005년 이후 평균성장률 5.7%를 2년 연속 밑돌 전망이다. 채널별 성장률(괄호는 전년 추정치)은 백화점 5.5%(5.3%), 대형마트 2%(1.8%), 편의점 12%(18.8%), TV홈쇼핑 8%(8.8%), 인터넷쇼핑몰 9%(9.1%) 등이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분기별 성장률이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황 부진은 이익 감소를 불러왔다. 작년 유통업계(주요 9개사 기준) 영업이익은 총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 위축, 비용 부담 증가, 규제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13년 업종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으로 5.6% 증가할 전망이다. 완만한 매출 회복, 수익성 위주의 전략 재정비, 낮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의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통 업황 전망의 첫 번째 열쇠는 설 연휴 소비다. 다행히 1월 소비심리는 102로 전월 대비 3포인트 개선됐다. 이에 맞춰 설 소비가 강하게 나타나면 2013년 유통업은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불안감이 새해 업계를 휘감을 전망이다.
홍성수 <NH농협증권 기업분석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