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AIST' 구원투수 나선 강성모 前 美UC머시드총장

이사회서 서남표 총장 후임 선출

한국인 첫 미국 4년제 대학 총장
'소통' 강조…별명 '캡틴 스무드'
컴퓨터 32비트 MPU 첫 개발 유명
강성모 전 UC머시드 총장(68·사진)이 KAIST 신임 총장으로 뽑혔다.

KAIST 이사회는 3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재적 이사 15명 중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강 전 총장을 서남표 총장 후임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강 내정자는 오는 23일 15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임기는 4년이다. 그는 이사회에서 정견발표를 통해 “KAIST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서남표 총장의 ‘불통(不通) 리더십’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내정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4년제 대학 총장에 오른 인물이다. 2007~2011년 UC머시드 총장을 지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페어리디킨슨대(전자공학과 학사)를 거쳐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MPU·컴퓨터에 입력되는 프로그램의 해설과 이를 처리하는 집적회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과학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일리노이대 교수, UC샌타크루즈 공대 학장을 지내는 등 전자공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2006년엔 KAIST 총장 선거에 나서 서 총장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강 내정자의 별명은 ‘캡틴 스무드(Captain Smooth)’.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구성원 간 갈등을 중재하고 화합을 이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다. 총장과 교수 간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UC머시드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학내 분란을 대화와 소통으로 푼 것으로 유명하다. 총장으로 부임한 첫날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총장실을 개방하기도 했다. 또 봉사와 헌신을 바탕으로 하는 ‘서번트(하인) 리더십’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05년 재학생이 875명이었던 UC머시드는 2010년엔 4000여명으로 늘어났다. KAIST 주변에선 강 내정자가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 교내 갈등을 적극 해결하는 ‘구원투수’가 될지에 관심을 쏟고있다. 2006년 부임한 서 총장은 교수 정년제도를 손질하고,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으나 ‘소통 부재’ ‘독선적 리더십’이란 비판과 함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2011년 초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서 총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KAIST의 올해 신입생 등록률 역시 84%로 떨어졌다. 1971년 설립 이후 첫 추가 모집을 했지만 정원에 미달했다. 2008년 106%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AIST 학생회도 강 내정자에게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회는 “많은 학생들이 소통과 경청으로 화합을 이끄는 중재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강 내정자가 소통의 리더십으로 민주적이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