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신 경제협력 시대 ② … 아세안 시장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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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新 경제협력 시대 … 아세안 시장에서 길을 찾다]
① 적도 슬라웨시섬에서 꽃핀 한일 공동 자원개발
② 한국, 일본 기업의 태국시장 공략 노하우 배운다
③ 한일 손잡고 21세기 글로벌 경제 이끈다(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 대담)2011년 대홍수 피해를 완전 극복하고 정상화된 산큐태국의 물류창고 모습.<한국, 일본 기업의 태국시장 공략 노하우 배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지만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선 행사장을 빼곤 호텔밖을 3일 동안 한번도 걸어나가지 않았다. 테러와 납치 위협이 있어 외국인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는 현지 주재원들의 충고 때문이었다. 반면 방콕 거리는 밝고 곳곳에 외국인들로 넘쳐났다.
두 도시에서 공통점도 찾았다. 일본 자동차, 일본계 은행, 일본식 식당 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태국 스완나폼 국제공항에서 방콕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니 승용차 10대 중 8,9대가 일제였다. 도로 옆 대형 광고판도 삼성 스마트폰을 빼면 일본 제품들이 점령했다.제3국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조사단에 동행한 서형원 공사(주일본대사관)는 “동남아 시장에서 한일간 경제력 격차가 느껴진다” 며 “한국보다 앞서 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제품, 태국 소비시장 석권
태국경제는 2011년 10월 대홍수 피해에서 벗어났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작년 3분기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 등 민간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자동차 제조대수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만 대를 돌파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한국 독일 등의 경쟁 회사보다 시장 진출이 빨랐던 데다 부품공장을 동남아 인근에 집중시킨 게 주효했다. 반면 동남아 주요 6개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2012년 기준)
일본차가 동남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조기 진출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1960년대부터 동남아 시장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1962년부터 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는 1964년과 1970년 태국과 인도네시아, 1980년대엔 말레이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자동차 관련 부품공장이 집적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부품의 원활한 공급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구조를 갖췄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스케가와 세이야 방콕사무소장은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태국 투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며 “일본 제조업체들이 아세안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한 곳”이라고 말했다.◆아세안시장 전체를 보고 투자해야
1월22일 저녁 방콕시내 콘래드호텔에선 이색적인 모임이 열렸다. 한국과 일본 기업간 우호 증진을 위한 교류회였다. 이와마 키미노리 주태국일본대사관 경제공사, 서형원 주일본한국대사관 공사, 이종윤 한일경제협회장,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경제협회장 등 양국의 민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해외 자원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대성산업의 정광우 사장 등 우리나라의 민간기업 대표들도 참여해 우의를 다졌다.
“태국에 공사로 부임한 이후 오늘처럼 신선한 모임은 처음입니다. 한국과 일본 기업간 협력이 태국에서 잘 진행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와마 키미노리 경제공사는 “태국 경제가 급성장중이어서 한일 기업이 손잡으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며 “양국이 연대해 아세안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마 공사는 “제조기술력이 뛰어난 한일이 태국의 산업기술인력 육성기관을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은 태국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아세안 국가를 선택했다. 아베 총리는 1월 중순 태국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태국일본인상공회의소의 후루사와 미노루 회장은 “태국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경제발전을 위한 열의가 매우 뜨겁다” 면서 “태국만을 겨냥하지 말고 아세안 시장 전체를 감안한 투자와 생산기지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기업, 100년 대홍수도 대비
“사상 최악인 2011년 대홍수에서 일본 현지 업체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됐는지를 보는 것은 의미 있습니다. 홍수같은 천재지변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레나가 카즈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글로벌 생산시대를 맞아 어느 한곳의 서플라이체인이 붕괴되면 본사까지 큰 타격을 입는다” 면서 “아세안 10개국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생산망을 구축해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기업인으로 구성된 ‘제3국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조사단’은 24일 방콕 외곽의 아유타야공단에 위치한 ‘산큐태국’(사진 왼쪽)과 ‘태국 도레이’ 현지공장을 둘러봤다. 이들 공장은 2011년 10월 초 발생한 대홍수로 완전히 물에 잠겨 엄청난 피해를 본 곳이다.
미쓰비시상사 계열 물류회사인 시게사와 타카아키 산큐태국 사장은 “홍수로 주변 공업단지가 물에 잠겨 태국의 서플라이 체인이 완전 마비됐었다” 고 소개한 뒤 “철저한 예방 매뉴얼에 따라 단계적 복구작업을 실시해 공장이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보관중인 물품은 보험회사를 통해 전액 보상을 받았다.
태국도레이 공장은 홍수를 겪은 뒤 완전히 달라졌다. 대홍수 당시 공장은 물론 사무실도 사람 키만큼 물이 차 모두 대피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회사 대표는 “물이 들어왔을 때 어린이와 여성들의 생명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비상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했다.
1992년 설립된 태국도레이 공장은 대홍수 피해복구 과정에서 공장을 완전히 개조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공장을 한층 더 올렸다. 평소 비워두지만 홍수로 1층에 물이 찰 경우 생산장비, 원자재, 서류 등을 사전 지정된 공간에 옮기도록 매뉴얼을 짰다. 100년에 한번 올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조치다.
JETRO의 스케가와 세이야 태국지사장은 “인력부족, 인건비 상승은 물론 홍수 등 천재지변도 태국 투자시 주의해야 할 리스크” 라면서 “ 대홍수를 1년 만에 극복하고 정상화된 일본 기업들의 사례가 한국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태국) =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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