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92엔 뚫어…日기업들은 잔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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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2년7개월만에 최고…혼다·샤프 등 영업이익 급증일본의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엔화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다. 시장에서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달러=92엔’이 무너졌다.
1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1.6엔대로 출발한 엔화 가치는 2일 한때 달러당 92.61엔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2엔을 넘어선 것은 2010년 6월14일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당선된 지난해 9월26일 이후 약 18% 떨어졌다. ○경제지표 부진이 엔저(低) 부추겨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이유는 일본 주요 경제지표의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2월 일본 실업률이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4.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JADA)는 일본의 올해 1월 신차 판매가 22만93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감소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지표가 계속 나빠지면서 일본 정부가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며 “엔저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예상으로 외환시장에 엔화 매도세가 촉발됐다”고 전했다.○엔저 효과에 영업이익 대폭 개선
샤프와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엔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샤프의 2012회계연도 3분기(2012년 10~12월) 영업이익은 26억엔으로 전년 동기(244억엔 적자) 대비 흑자전환했다. 당초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샤프의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건 5분기 만에 처음이다.
파나소닉은 2012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이 346억엔으로 전년 동기(81억엔 적자)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파나소닉 관계자는 “2012회계연도 전체를 봤을 땐 아직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엔화 가치와 일본 내수시장 변화에 따라 실적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혼다는 2012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3배 수준인 1319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95엔대까지 추가 하락 전망도
엔화 가치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지게 될지도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대까지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7일 “일본 내 20명의 외환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명이 달러당 95엔대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일본은행 총재 교체도 엔화 환율 변동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행이 아베 정권의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에 적극 협력하는 행보를 나타내는 가운데 신임 일본은행 총재 취임 후엔 엔화 가치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행 총재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