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시장밀착형 R&D가 필요하다

김명호 가천대 교수·건축설비공학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과학기술인들의 간절한 바람인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다고 한다. 현재 과학기술부에 예전의 정보통신부 및 지식경제부의 일부 기능을 더하는 즉, 장기적인 국가 과학기술 비전 제시, 연구·개발(R&D) 예산배분·조정, 기초연구 진흥과 함께 연구 인프라 조성 등 R&D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간 융합, 기술과 인문사회·예술 등의 융합을 통한 창의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신성장동력 발굴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부에서 응용 R&D까지 전담하게 될 경우의 문제점을 간과할 수 없다. 즉, 기초기술과 응용기술을 한데 묶을 경우 비교적 단기에 성과가 나는 응용기술에 비해 오랜기간 묵혀야 되는 기초기술이 ‘서자(庶子)’ 취급받을 우려가 있다. 또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응용 R&D는 시장과 밀접한 산업부처에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제품과 서비스인 앱스토어를 2008년에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및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새롭게 창출되었음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시장과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생태계가 생성됨으로써 수십만 개의 파생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정부는 기업이 제품·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필요한 응용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은 제품·서비스를 제조·판매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기업에 필요한 응용 R&D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기업과 가장 긴밀한 부처가 해당 기술개발 지원을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래부의 핵심기능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망라한 거대 부처로서의 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것보다 R&D 컨트롤타워로서의 임무에 전념하는 데 두는 것이 타당하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위한 R&D는 기초·응용 R&D를 병렬적으로 추진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부처 간에 상호 협력함으로써 보다 창의적이며 현실성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응용 R&D는 제품화를 통한 시장 성과와 일자리 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현장 맞춤형 지원이 가능한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부처에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김명호 가천대 교수·건축설비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