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미사지구 '냉골 보금자리' 되나…열병합발전소 부지선정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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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첫 입주하는데…
지금 공사해도 2015년에나 온수·난방 공급 가능
작년 착공 앞두고 하남시 반발…LH, 부지 결정 지연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표류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난방도 안 되는 희한한 아파트에 입주하게 생겼습니다.”
내년 6월께 첫 입주가 이뤄질 경기 하남시 미사보금자리지구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체 3만7118가구의 신도시급 주거단지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열병합발전소가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2년간 지속된 하남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의 열병합발전소 갈등이 올해도 지속될 경우 내년 입주자들은 물론 앞으로 공급될 미사지구 내 신규 아파트 분양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열원시설 부지 선정 표류
2009년 5월 하남시 망월동 등이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될 당시에는 단순한 열원시설만을 지구 북쪽 선동에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열원시설은 서울 강동구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열을 공급받아 미사지구 내 가정으로 이송하는 보조시설이다.
그러나 택지지구 조성을 맡은 LH는 열병합발전소 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2011년 7월 사업부지를 미사지구 남쪽 풍산동으로 변경하면서 면적을 두 배 늘려 열병합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감북·감일지구 등 인근에서 개발 중인 다른 보금자리지구에도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서다.하남시와 지역주민들은 작년 11월 착공을 앞두고 거세게 반발했다. 위치가 하남시 관문이고 중심 시가지와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주민 반발로 LH, 하남시 등은 올해 1월14일 위치 변경과 규모 축소를 합의했다. 그럼에도 최종 부지 선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LH는 대안으로 강동구와의 경계 지점인 황산 주변 3개 지역을 최종 후보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최종 부지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기가 사는 곳 주변에 혐오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꺼리는 이른바 ‘님비현상’이 미사지구 열병합발전소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입주 예정자 반발열병합발전소 건설 지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미사지구 입주 예정자들이다. 미사지구에는 보금자리주택 2만6173가구와 민간 아파트 1만945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2000여가구가 내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열병합발전소의 공사 기간은 최소 2년이다.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2015년 1분기는 돼야 온수와 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2블록 단지에 입주 예정인 김모씨는 “아직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어 몇 년간은 추위에 떨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열병합발전소 사업주체인 코원에너지는 이동식 보일러를 가동해 임시로 입주 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가능 가구 수가 200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코원에너지 관계자는 “열병합발전소 건설공법이 표준화돼 있어 기간 단축이 어렵다”며 “이동식 보일러를 가동해 난방열을 임시 공급할 수 있지만 1000~2000가구만 가능할 뿐 2만가구에 장기간 공급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사보금자리지구 입주 예정자들은 “기존 풍산동 자리에 당장 발전소를 지으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LH 하남지역본부를 항의 방문하고 국토해양부 등 관계기관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 입주예정자연합 관계자는 “하남시에서 토지이용계획 등 관련법의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하려던 열병합발전소의 위치를 이전시켜 제때 착공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이 같은 행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사지구 입주 예정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집단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