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몰빵' 큰손도 '스몰볼' 로 바꿨다

저금리·금융소득과세 강화·증시 침체…災테크 피하자

주식·펀드 줄고 여러 상품에 '쪼개기' 투자 급증
ELS·원자재 결합…해외채권은 지역 분산 투자

40대 후반의 자산가 최모씨는 지난해 2월 매입한 물가연동국고채 3억원어치를 처분했다. 금리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지금이 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1억5000만원과 브라질 국채 1억원, 일본 증시에 상장된 닛케이 상장지수펀드(ETF) 5000만원어치를 나눠 샀다.

‘스몰볼’식 재테크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 상품에 자산을 몰아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품에 돈을 쪼개 투자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저금리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가 계기가 됐다. 자산가들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금융상품과 해외 채권·주식 등 중위험 상품 등을 쪼개서 담는 모습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한 방을 노리는 ‘빅볼’에서 안타 번트 도루 등을 조합한 작전과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스몰볼’로 재테크 양상이 바뀌는 양상이다. ◆복합상품에 투자하는 사람 30% 넘어

삼성증권이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주식투자 고객’ 비중은 2010년 말 53.0%에서 2012년 말 47.9%로 5.1%포인트 감소했다.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투자 고객’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3.4%로 줄었다.

반면 여러 개의 상품들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복합상품 고객’ 비중은 25%에서 31.3%로 높아졌다. 지난달 말에는 33.6%로 더 늘었다. 복합상품 고객은 2개 이상의 상품을 거래하고 특정 상품 비중이 전체의 75%를 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상대 삼성증권 상품마케팅실장(상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여러 개의 자산을 결합하는 방식이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스몰볼’ 재테크 트렌드 가속화

이러한 트렌드는 올해 초 급증한 단기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기 시작하면 가속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머니마켓펀드(MMF)는 17조9237억원 증가했다. 금융소득종합 과세 강화 등을 계기로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채권 투자는 추가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연말부터 매수세가 수그러들었다. 지난달 개인의 국고채 순매수액은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1536억원)보다 40% 줄었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갤러리아 부장은 “ELS·파생결합증권(DLS)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해외채권 등 대안을 찾는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며 “돈 굴릴 곳을 찾으면 바로 자금을 집어넣겠다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센터 이사는 “해외 투자, 원자재,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는 기존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비해 분산된 일종의 포트폴리오 투자에 가깝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중위험 자산의 수익률 변동을 줄여 안정된 수익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지난달 터키 국채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삼성증권도 멕시코 국채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