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달관자적인 시어를 풀어냈던 ‘러시아 국민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 그러나 그의 삶은 달랐다.

푸시킨은 179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기숙 귀족학교에 다니던 15세 때 처녀작 ‘친구인 시인에게’를 발표했다. 졸업 후 외무부에서 근무하면서도 그의 관심은 농노제 철폐 등 민중의 삶을 향해 있었다. ‘자유’(1817) ‘마을’(1819) 등의 시가 문제가 돼 1820년 남러시아로 추방됐다. 고독한 유폐생활은 그의 시적 감수성을 풍성하게 했다. 당시 전제정치 반대자들의 모임인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와 교류하며 서사시 ‘카프카스의 포로’(1822) ‘집시’(1823) 등의 작품을 잇따라 썼다.1824년 망명에 실패하고, 이듬해 데카브리스트 반란이 진압된 뒤엔 집필에만 몰두했다.

“내 그대를 사랑했노라…. 그러나 나의 사랑은 그대를 괴롭히지도 방해하지도 않나니…. 내 다만 그대를 사랑했노라.” 푸시킨으로 하여금 이 시를 쓰게 만든 첫사랑 안나 올레리나가 마음을 받아줬더라면 어땠을까.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나탈리아 곤차로바와 1831년 결혼한 푸시킨. 아내와 치정 관계였던 프랑스 출신 귀족 조지 단테스와의 결투 끝에 총상을 입고 눈을 감았다. 1837년 2월10일, 그의 나이 38세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