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렌털 서비스 부실"…청호나이스에 배상 판결

법원, 첫 소비자 손들어줘…불만 누적…집단소송 번질수도
국내 2위 정수기 업체인 청호나이스의 부실한 렌털(임대) 서비스를 문제 삼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정수기 업체들의 AS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법적인 피해 배상을 받은 사례는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판사 이여진)은 왕모씨 등 가족 4명이 지난해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측이 지급한 렌털 서비스료 등 50만원을 반환하고 위자료 150만원 등 총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호나이스의 부실한 서비스로 인해 피고 측이 일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은 것이 인정된다”며 “다만 위자료 금액은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왕씨 등은 3000만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왕씨는 청호나이스의 정수기와 연수기를 각각 2005년 말과 2012년 초 렌털로 구입했다. 렌털 방식은 초기 구입 비용 없이 매달 소액의 사용료를 내고 본사 소유의 기기를 사용하며, 제조사는 필터 교환, 기기 청소 등 정기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있다. 왕씨는 이에 따른 계약을 맺고 사용 대금과 정수기 필터 관리 계약금 2년분(36만원) 등을 포함해 본사에 총 21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청호나이스는 종류별로 6~24개월인 필터 교환 주기가 지나도 필터를 교환해주지 않은 데다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왕씨 측 주장이다. 연수기도 물 성분 개선을 위한 물질 없이 빈 통만 든 채로 수개월간 방치했다. 왕씨 측은 “직원이 방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정수기 필터 교환과 연수기 관리를 했다’는 명목으로 수당까지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업계 상위 업체인 청호나이스가 손배소에서 패하면서 향후 관련 줄소송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수기 렌털업계에서는 서비스 관련 불만 민원이 한국소비자원 등에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사례별로 △교환 시기가 지나도 교환을 해주지 않는 경우 △교환 없이 필터에 찍힌 날짜만 바꿔 놓는 경우 △필터 금액을 본사 정가보다 높게 받는 경우 △기기 청소를 비위생적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박선희 변호사는 “부실한 서비스로 피해를 입고도 구제받지 못한 소비자가 최소 1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집단적으로 배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300여명 규모의 ‘서비스 평가팀’을 신설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