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보기 3개 하고도 10언더 '천재 샷'
입력
수정
LPGA 개막전 첫날 선두…버디 11개·이글 1개로 톱프로들 '납작코'
신지애 2타차 3위 산뜻한 출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미국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20만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1개를 잡아내는 ‘슈퍼샷’을 선보였다.
리디아 고는 14일 호주 야랄룸라의 로열캔버라GC(파73·6679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이글 1개와 버디 11개에 보기 3개를 묶어 10언더파 63타를 기록, 2위 마리아 호세 우리베(콜롬비아)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한 라운드에 이글 1개와 버디 11개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59타와 견줄 만한 대기록이다. 소렌스탐은 2001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문밸리CC(파72)에서 열린 스탠더드레지스터핑 2라운드에서 버디 13개를 잡아 59타를 쳤다.
1984년 산호세클래식 둘째날 파73 코스에서 18홀 최소타 신기록인 11언더파 62타를 친 비키 퍼건은 보기 없이 11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랭킹 1위 청야니(대만)와의 동반 맞대결에서 기록했다는 점이 더욱 빛났다. 함께 플레이한 청야니는 5언더파 68타로 공동 8위, 미셸 위는 1오버파 74타(공동 99위)로 부진했다. 10번홀에서 시작한 리디아 고는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11~14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탔다.
특히 15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이 홀을 지나친 뒤 백스핀을 먹고 빨려들어가 이글로 이어졌다.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뒤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작성하며 전반을 6언더파 30타로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2~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노획했다. 3번홀(파3)에서는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남은 5개홀을 모두 버디로 장식하면 ‘꿈의 스코어’를 수립할 수 있었으나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리디아 고는 “대단한 두 선수와 플레이해서 그런지 초반에 드로 구질이 나와 너무 긴장했다”며 “몇 개의 버디를 잡고 나서 편해졌다”고 말했다.
청야니는 경기 후 트위터를 통해 “그는 12~13언더파를 칠 수 있었다. 미셸 위와 나는 오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지난주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 개막전인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리디아 고는 2주 연속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지금까지 12차례 프로대회에 출전해 3승과 준우승 2회의 성적을 낸 그는 아마추어 랭킹 1위이면서 프로 랭킹 30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톱20’에 들 전망이다.
그는 골프와 공부를 병행한다. 절친한 친구 3명 중 2명은 한국에 있다. 친구들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매일 대화를 나누지만 친구들은 그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른다고 한다. 아이돌 그룹 ‘빅뱅’을 좋아하는 그는 골프 선수 중에는 필 미켈슨, 어니 엘스, 로리 매킬로이를 좋아한다.
이날 신지애는 버디 9개, 보기 1개로 8언더파 65타를 쳐 단독 3위로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미향과 우에하라 아야코(일본)가 7언더파로 공동 4위. 유소연은 1언더파 72타(공동 5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