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하락…벌써 '현오석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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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으로 본 현오석號의 경제정책 방향
추경, 유보적 태도 보였지만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 기대
김중수 총재와 '닮은꼴'…통화 등 정책조율 기대
복지, 경제원리로 풀어야…'소신'떠나 재원마련 과제
18일 채권시장의 화두는 ‘현오석 효과’였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날 3년물과 5년물 국고채 금리가 0.01%포인트씩 하락, 연중 최저수준에 바짝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경기부양 나설까
현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재정부 경제정책국과 국제금융정책국, 장기전략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후보자로 임명된 지 하루 만이다. 재정부 내에서도 거시정책을 다루는 핵심부서를 첫 업무보고 대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최근 경기동향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 후보자가 현역 시절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해 ‘매크로(거시)’ 분야는 전공과 다름없다”면서 “이미 나름의 경기대응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KDI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하면서 “추가적인 총지출 확대와 추경편성 등 경기대응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후보자는 그러나 부총리 지명 이후 추경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17일 밤 경기도 분당의 자택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KDI 원장과 경제부총리는 역할이 다르다”며 “정책을 정할 때는 다각도로 상황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부 내에서는 재정여건을 감안한 경기부양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경편성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어 현 후보자가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과 손발 맞을까 현 후보자가 금리정책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협조를 이끌어낼지도 관심이다.
두 사람은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KS’출신이다. 김 총재가 3년 선배다. 또 두 사람은 미국 명문사립대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KDI 원장 출신이라는 공통점까지 거의 판박이 수준이다. 현 후보자는 김 총재에 대해 “가끔 통화를 하면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며 “시각이 같은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사람이 각별한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점에서 원만한 정책조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은총재 간 빚어졌던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시장의 관심은 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지 여부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1, 2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 인하 기대가 약화됐으나 현 후보자 내정으로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이 0.01%포인트 떨어져 사상 최저치인 연 2.70%에 바짝 다가선 것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재원 마련 가능할까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현 후보자는 예산실과 세제실 업무보고를 통해 인수위에 보고된 세출 구조조정과 각종 비과세ㆍ감면 축소 방안의 내용을 파악한 뒤 재정여건을 감안, 종합적인 공약 실행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후보자는 평소 “복지도 경제성의 원리로 풀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별적 지원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무상보육 확대 등 보편적 복지가 사회적 합의로 굳어진 만큼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본인의 소신 여부를 떠나 경제부총리로서 당면 과제가 됐다.재정부 내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의 협력을 통해 복지재원 문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KDI 관계자는 “현 원장은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심기 /서정환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