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사각지대' 1400만명…취업자 10명 중 6명 못받아

KDI, 정책방향 보고서

고용안전망 역할 위해 단시간 취업자 등 가입대상 더 늘려야

국내 취업자의 절반을 웃도는 1400만여명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복원의 열쇠로 꼽히는 고용 안전망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산층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과 사회 부조의 중간에서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안전망 속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고용보험 사각지대만 1000만명

KDI는 20일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 현황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고용보험 적용에서 빠졌거나, 적용 대상인데도 가입하지 않은 사각지대를 추산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나타난 전체 취업자는 2486만명. 이 가운데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 713만명은 고용보험 임의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적용에서 제외했다.임금 근로자 가운데서도 16.1%에 해당하는 286만명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가사 서비스업이나 소규모 건설업 종사자, 65세 이상 근로자와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공무원과 교원, 우체국 직원은 사실상 정년이 보장돼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빠져 있다. 비임금 근로자를 여기에 더하면 ‘제도적 사각지대’는 1000만명에 달한다. 즉 15세 이상 인구(4166만명)의 넷 중 한 명은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입 대상인 1487만명 가운데서도 72.3%(1076만명)만 고용보험에 들고 나머지 27.7%(412만명)는 미가입자다. 영세사업장 종사자나 취약계층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보험료를 부담으로 생각해 가입을 회피하고 있다. 제도적 사각지대와 미가입자를 더하면 전체 취업자의 56.8%에 해당하는 1411만명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도 혜택 시기가 지났거나, 자발적 실업자인 경우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어 실제 사각지대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원들도 고용보험 들어야”

고용 안전망은 실업자에게 급여와 취업 알선 서비스 등을 제공해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해준다. 1995년 대기업 임금 근로자부터 도입한 고용보험은 빈곤층 대상의 ‘사회 부조’와 함께 고용 안전망의 주축이 됐다. KDI는 “새 정부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한 중산층 복원을 내세운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그러려면 광범위한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우선 고용보험의 정식 가입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최근 기혼 여성의 단시간 취업이 늘고 있지만 ‘월 60시간 미만 근로’로 구분돼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유 연구위원은 “사회보험의 기본원리인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도 가입 기준을 완화해 단시간 근로자 대다수를 안전망에 편입해야 한다”며 “고령화 시대에 명예퇴직이 빈번해진 교원들도 굳이 가입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