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틈없는 여자들의 수다…이유가 있었네

아하! 그렇군요
여성은 남성보다 수다 떠는 것을 더 즐기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과 만나 차를 마시며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들이 많다. 이뿐만 아니다. 처음 말을 배울 때도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더 빨리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마이클 보어 박사 연구팀은 이에 대해 “여성에게 유전자 ‘FOXP2’의 단백질 양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FOXP2는 인간의 언어구사 능력을 좌우, ‘언어유전자’로 불린다.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심각한 언어장애가 발생한다. FOXP2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서로 맞지 않아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소리의 미묘한 차이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문장이나 문법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연구팀은 4~5세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각각 8명을 대상으로 FOXP2 단백질 수치를 비교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뇌를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한 것. 그 결과 여자아이의 뇌에서 남자아이보다 더 많은 FOXP2 단백질이 검출됐다. 보어 박사는 “FOXP2의 단백질 양이 많을수록 언어 능력이 뛰어난데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3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람은 말을 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며 “FOXP2로 인해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여성은 이런 본능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생후 4일 된 쥐 8마리를 이용해 추가 실험에 나섰다. 유전자를 조작해 암컷 쥐의 FOXP2 단백질 양을 수컷 쥐보다 적게 만들었다. 그러자 평소 수컷보다 더 크고 많은 소리를 내는 암컷들이 조용해졌다.보어 박사는 “FOXP2가 성별에 따른 언어 구사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성우월론’이 제기되는 것에 경계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선천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남성이 이어받을 수도 있으며 태어난 후 양육 방식에 따라 남성의 언어능력이 더 월등해질 수도 있다”며 “섣불리 여성우월론을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