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취임사 어떻게 만들었나…朴 '까치밥 남겨두는 배려' 직접 넣어

유민봉·강석훈 초안 잡고 정호성 총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는 실무진에서 초안을 만들었지만 박 대통령 본인이 세세한 문구까지 직접 검토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다양한 실무진이 취임사 작업에 힘을 보탰지만, 최종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며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표현을 먼저 제시해 실무진이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히 취임사 말미에 있는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는 문구를 박 대통령이 넣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적인 작업은 유민봉 국정기획 수석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이 주도했다. 유 수석과 강 의원이 초안을 만들었고, 박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던 정 전 비서관이 이후 작업을 총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가 초안을 만들기로 결정됐고, 분과 위원이었던 유 수석과 강 의원이 초안 작업을 맡았다”며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핵심적인 키워드를 기준으로 취임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사 작성을 위한 실무 작업은 정 전 비서관과 조인근 전 선거대책위원회 메시지팀장, 김무성 의원 보좌관을 지낸 최진웅 씨 등이 맡았다. 조 전 팀장은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한 메시지 전문가다. 이번에 연설기록비서관으로 내정된 상태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씨는 코미디 작가 출신으로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어법과 표현을 잘 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외부 인사들의 조언도 받았다. 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과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원암 홍익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24일까지 취임사 수정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모두 5207자, 1262개의 낱말로 이뤄졌다. 원고지 45.3장 분량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취임식에서 약 21분간 취임사를 읽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