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에 부쳐] (3) 美中관계 속 외교 균형 찾아야

"韓美동맹 강화·中日협력 끌어내
주도적 통일 의지·역량 천명 필요
北 군사도발엔 단호히 대응해야"

김호섭 중앙대 교수·정치학 interkim@chol.com
외교안보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최우선 국가정책 영역이다. 외교는 대외적으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며,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정책이다. 외교안보를 소홀히 한 나라는 반드시 쇠락한다. 100여년 전,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이 치욕적으로 멸망하고 한반도가 일제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외교안보를 소홀히 한 결과다.

지난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권은 대외 정책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한·미 동맹을 대외 정책의 기반으로 삼고, 한·중 관계를 중시하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외교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외교안보에 관한 박근혜 정부의 단기 과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우리를 파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 협상과 대화보다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압박을 가함으로써 군사적 억지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취임 전에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북한이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 두면서도 명백한 군사적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

대북 정책은 남남갈등, 주변국과의 관계, 북한의 반응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떤 대북 정책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최고 지도자는 결연한 의지로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압박을 기조로 하는 대북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일본으로부터도 가능한 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최악의 반응을 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통일외교의 기반도 중장기적으로 착실히 조성해 나가야 한다. 통일외교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호응을 확대하며, 한국이 한반도 통일의 주도국가로서 역량과 의지가 충분하다고 국제사회가 인식하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평화적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의 조성을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우호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것을 미국을 대체하는 다른 국가가 세계질서를 주도하게 됐다고 인식한다면 잘못된 것이며, 이런 잘못된 사실 인식에 근거한 외교 노선의 재설정은 국익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정도로 위험하다.통일은 한반도 주변국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할 때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중 간 전략적 완충지역 설정이 필요해 한반도 분단유지가 국익에 유리하다고 주변국이 판단한다면 통일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주변국들이 서로 갈등하는 한, 특히 미·중이 대립하고 패권다툼을 벌인다면 한반도 통일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강대국 간 관계를 우리가 주도할 수는 없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 이익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 중국의 대(對)한반도 국익목표에 상반되지 않는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통일외교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제에 귀착된다. 한·미 동맹 강화와 한·중 동반자 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생각하지 말고, 양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국익 확보를 우선하는 기조에서 추진돼야 한다. 국익 추구는 확인된 사실과 역사적 경험에 기반을 둬야 하며, 이념이나 기대 혹은 희망에 근거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서는 국익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김호섭 < 중앙대 교수·정치학 interkim@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