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떠돌이서 대스타, 노배우서 명감독…그의 삶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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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목표 없는 떠돌이 청년에서 마초 이미지를 대변하는 스타로 도약했다가 다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거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83).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할리우드 스타 출신 감독인 이스트우드에 관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스트우드가 언론과 가진 24편의 인터뷰를 담은《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50년간 영화인으로 살아온 그의 삶을 다룬 평전《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로버트 E.카프시스 외 엮음 /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504쪽 / 1만8000원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크 엘리엇 지음 / 윤철희 옮김 / 민음인 / 616쪽 / 2만5000원
《거장의 숨결~》은 이스트우드의 영화철학을 그의 육성으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저는 상관없었습니다.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만들 때도 이미 서부영화 시대는 지나갔다고 했지만 저는 ‘이건 특별한 이야기이고, 새로운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은 그렇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그를 스타로 키워준 ‘황야의 무법자’‘석양의 무법자’ 등 이탈리아식 스파게티 웨스턴들과 작별을 고한 정통 서부극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와 딸, 스승과 제자의 위대한 사랑을 함축한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다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준 힘은 변화에 대한 갈구와 배움이었다. “배움을 멈추면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10, 20, 30, 40년 내내 바뀌는 게 정상이에요. 그렇게 넓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대공황기 떠돌이 부부에게서 태어난 우량아, 목표 없이 주유소 일용직원 등으로 떠돌던 청년, 군 복무 시절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은 행운아, 싸구려 이탈리아 영화로 데뷔한 신인배우, 혼외정사로 4명의 아이를 낳은 바람둥이 등 대스타의 이미지에 가려진 다양한 모습까지 포착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할리우드 스타로서 성형, 마약, 음주 등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동시에 정신적인 성숙도 함께 이뤄왔다는 점이다. 불륜 소송 흥행실패 등으로 그의 경력이 끝났다고 여겨지던 시기, 보통사람들이 인생을 정리하려고 준비하는 62세에 그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주연·감독·제작을 맡아 극적으로 귀환했다. 한 가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해온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비록 처음에는 미숙했을지라도, 80년간의 긴 세월 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간 그의 일대기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많은 이들에게 든든한 정신적 귀감이 될 만하다.
“나한테 인생은 골프의 후반 9홀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때로는 후반 9홀에서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할 때가 있죠. 예전보다 힘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잘만 되면 훨씬 현명해질 수 있으니까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