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상황점검 긴급회의 "中企지원·행복기금 차질없이 준비"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오전 금융위 국장급 이상 간부와 금융감독원 주요 간부들을 불러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공식적인 회의 이유는 이탈리아의 총선과 미국의 재정지출 자동감축(시퀘스터)을 앞두고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추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인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관련 자금집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독려하고, 내달 국민행복기금이 시작될 수 있게 하라는 주문도 함께 전달했다. “느슨해지는 조직의 기강을 잡아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요즘 금융위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뒤부터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박 대통령 취임식 후 공식적으로 금융위를 떠났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원장 후보자조차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후보가 정해지더라도 청문회를 거쳐 새 위원장이 오려면 적어도 수주일은 이런 상태가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핵심부서인 금융정책과의 김태현 과장과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금융시장분석과의 최용호 과장이 잇달아 청와대로 불려가 자리를 비운 것도 영향을 줬다.

산하 기관과 금융회사들은 속이 타고 있다. 올해 자금집행 계획을 상의하기 위해 최근 금융위를 찾아간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새 장관(금융위원장)이 오시고 나서 결정해야지, 지금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말만 듣고 돌아 왔다”며 “새 장관이 오면 대폭 인사가 있게 되고 그러면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무도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한 은행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는 일을 잘해도 빛이 나지 않고, 일을 못 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덤터기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일이 처리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일을 벌이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등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일이야 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있는 것이지만, 수장이 없으니 책임 관계가 모호해 아무래도 결정을 미루게 된다”며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