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텔레파시(telepathy)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수행을 오래 한 스님들은 보통 텔레파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나 염화미소(拈華微笑)와 같은 단어들은 이런 텔레파시를 말한다. 아틀란티스인들은 텔레파시로 소통한다고 플라톤은 대화편에서 적고 있다. 고대 하와이와 타히티 부족사람들 역시 텔레파시가 보편화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텔레파시 경험이 들려온다.

텔레파시(telepathy)는 보고 듣고 만지는 이른바 감각적인 경로가 차단된 조건에서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먼 거리를 뜻하는 텔레(tele)와 감정이나 느낌을 뜻하는 파시(pathy)의 합성어다. 사람의 생각도 특정한 주파수가 있어 그 주파수와 공명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의 생각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텔레파시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은 1882년 케임브리지대의 프레데릭 마이어스 교수다. 그는 투시와 텔레파시 예지 등 이른바 초심리학적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심령연구학회까지 만들었다. 이 학회 발족을 계기로 텔레파시는 과학적 연구대상이 되면서 각종 실험이 이뤄졌다. 주로 방을 따로 나눈 다음 피실험자들끼리 서로 숫자나 영상 낱말 따위를 마음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실험했다. 러시아의 바실리예프는 아예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흑해 해안에 피실험자들을 따로 보내 텔레파시 실험을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 만족할 만한 실험 결과가 보고되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 전자 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신경공학(neuro technology)이 대두되면서 텔레파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연구는 신경정보를 무선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뇌에 이식해 뇌의 활동을 뇌 밖으로 송신하는 방법이다. 수신자는 거꾸로 무선 신호를 신경정보로 바꾸게 된다. 이렇게 하면 사람이나 동물의 뇌와 뇌를 연결하는 무선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진다.

미국 듀크대의 신경과학자 미겔 니코렐리스가 뇌에 빛을 감지하는 전극장치를 이식한 쥐를 미국에 두고 이 쥐의 반응만 감지하는 수신장치를 이식한 쥐를 브라질에 둬 서로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미국 쥐가 빛에 반응을 보이자 브라질의 쥐도 같은 행동을 모방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통해 복수의 뇌들끼리 연결되는 ‘브레인 넷(brain net)’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코렐리스는 2003년 6월 원숭이 뇌에 700개의 미세전극을 이식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한 학자다. 텔레파시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화되나 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