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첫 동시 입사시험…삼성-현대차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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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삼성·현대차, 4월7일 공채 '빅매치'
2012년까진 삼성이 먼저 실시…"위상 높아진 현대차 도전장"
'연봉·비전' 자존심 경쟁…어디에 더 몰릴까
응시생 '두 탕 뛰기' 못해…우수인재 확보 정면승부
양측 "우연의 일치" 덤덤
재계의 ‘맞수’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인·적성검사)을 같은 날 치른다. 대졸 취업 준비생을 상대로 한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그룹이 같은 날 공채 시험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까지는 삼성이 현대차보다 늘 먼저 시험일을 잡았다. 삼성에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현대차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전형인 직무적성검사(SSAT)를 내달 7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SSAT 시험일(3월18일)보다 20일가량 늦췄다. 현대차도 이달 29일 발표하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달 7일 인·적성검사인 HKAT를 실시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4월1일 HKAT를 치렀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입사 시험일을 같은 날로 잡은 데 대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요 그룹은 매년 삼성그룹 SSAT를 피해 인·적성검사를 실시해왔다. 취업 준비생들의 삼성그룹 입사 선호도가 워낙 높아 같은 날 시험을 보면 우수 인재가 삼성으로만 몰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삼성보다 빠른 3월에 인·적성검사를 하고, LG와 SK 등도 삼성과 겹치지 않는 날을 선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진 현대차가 우수 인재 유치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재계에선 두 그룹 간 오랜 경쟁관계가 인재 채용에까지 확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A그룹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는 1970년대부터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식해왔다”며 “공채 날짜가 겹치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과 현대차는 여러 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현대차가 삼성을 겨냥해 ‘공세’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가 대표적이다. 작년엔 현대차가 11월26일 종전보다 50억원 늘린 200억원의 성금을 내자 삼성은 사흘 뒤인 29일 전년보다 200억원 증액한 500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두 회사는 직원 연봉 수준, 임원 승진 규모, 경영 성과 등을 놓고서도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공채 맞대결에서 누가 웃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험 당일 어떤 기업에 지원자가 더 몰리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SSAT에 너무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었는데 현대차와 일정이 겹쳐 ‘묻지마 지원’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험 날짜가 공교롭게 같지만 현대차에 진정으로 입사를 원하는 소신 지원자가 몰릴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두 회사 모두 시험 당일 분위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시험시간이 엇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두 탕 뛰기’가 불가능해서다. 현대차는 HKAT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치른다. 삼성은 SSAT 시간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오전 8시에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준비 사이트에는 “설마설마하며 조바심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다니 허무하다” “시험시간이 같으면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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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이태명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