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해외서 경쟁하라고?…국내서 돈 못벌면 투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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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외식 전문기업 (中) 신규 영업 '올스톱'
애슐리·빕스·사보텐 등 신규출점 사실상 불가능
CJ푸드빌 해외출점 축소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놓고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던 올해 초만 해도 중견 외식 전문기업 A사 관계자들에게 이 이슈는 남의 집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5일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7개 음식점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 내달 1일부터 3년 동안 확장을 자제토록 한 이후 이 회사는 기존 매장 운영을 제외한 출점 관련 영업활동을 중단했다.○영업활동 중단한 외식 전문기업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설립 이후 이탈리안 레스토랑 20여곳 등을 운영 중이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출목표를 80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올해 5~6개로 잡았던 신규출점 목표도 백지화했다.
이처럼 외식 전문기업들의 신규 출점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외식 관련 전문기업과 자영업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음식점업동반성장협의회에서 이달 말까지 확정키로 한 세부 규제기준이 나와야 향후 경영전략을 새로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업활동이 한 달 이상 중단됨에 따라 올해 경영목표 달성은 힘들어졌다.사보텐·싱카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워홈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외식매장을 20곳가량 새로 열 계획이었던 이 회사는 규제가 현실화되면 신규 출점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도 자영업자들의 요구대로 연면적 10만㎡(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수준) 이상인 복합몰에만 들어설 수 있게 되면 국내에서의 신규 매장 개점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1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유통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복합쇼핑몰에 애슐리를 집중 출점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왔다.
○해외사업도 타격 불가피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CJ푸드빌은 지난달 말 비상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이 회사는 회의에서 당초 30여개로 잡았던 올해 비비고 해외 매장 출점목표를 20% 이상 하향 조정했다.
이 브랜드는 해외 13개 매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적자를 감수하고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투입하고 있었지만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동반위 규제로 국내 사업이 위축되면 해외사업 확장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동반위 측은 외식 전문기업들에 “내수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해외로 나가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외식 전문기업 관계자는 “속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구조적으로 국내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해외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타진할 때 현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게 ‘현재 한국에서의 성과가 어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적어도 10호점 이상은 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며, 동반위의 규제방안이 엄격하게 확정되면 국내 외식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임현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