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빅데이터가 차세대 천연자원…기업 경영 '3가지 변화' 온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1 축적된 데이터 분석 작업이 경영진 직감·경험 대신할 것
2 소셜 플랫폼·네트워크가 기업의 새로운 생산라인으로
3 전체 고객층 아닌 개인 위한 서비스 준비해야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기업 경영환경에 세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 최대 컴퓨터 서비스업체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최고경영자(CEO·56)는 지난 10일 미국외교협회(CFR)가 마련한 행사에서 강연을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로메티 CEO는 “데이터가 차세대 천연자원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혁명을 가져오고, SNS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고객 전체가 아닌 고객 개개인을 위한 효율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이 의사 결정 바꾼다

로메티 CEO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로 CEO나 경영진의 직감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엄청나게 축적된 데이터의 분석 작업이 직감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가장 과학적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에서조차 의사 결정은 여전히 고정된 편견에 따라 이뤄져왔다. 기업 경영진은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이나 경험을 통해 정보를 해석했다. 로메티는 “하지만 ‘정보의 쓰나미’가 닥쳐오면서 앞으로는 데이터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예를 들어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멤피스의 경찰 당국은 최근 IBM의 범죄분석 소프트웨어(CRUSH)를 활용, 외부에 설치된 공중전화와 성폭행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모든 공중전화를 실내에 설치했고, 그 결과 범죄는 30%나 줄어들었다. 로메티 CEO는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분석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갈수록 정확한 분석자료가 나오면서 사고방식과 문화까지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셜네트워크가 가치를 창출

그는 “소셜네트워크가 기업의 새로운 생산라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소셜 플랫폼의 1차적인 장점은 지식근로자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근로자들의 가치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소셜 플랫폼은 나아가 기업들의 직원 채용 방식과 연봉 등 보상을 결정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창출하는 정보의 가치에 따라 상사나 동료, 심지어 고객들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이며, 이는 보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층 분석에서 개인별 분석으로 변화

기술의 변화는 기업이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메티 CEO는 “기업들은 지금까지 지역이나 연령, 수입 수준 등을 기준으로 고객층을 나눠 이들의 수요를 분석했지만 앞으로는 개개인의 요구에 직접 접근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예로 들었다. 미국 NBC방송의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에 출연, 퀴즈왕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왓슨은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하고 언어를 해석할 수 있으며, 스스로 검토한 조사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왓슨은 이 같은 기능을 바탕으로 콜센터와 연계돼 현재 병명 진단 등 의사들의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로메티 CEO는 “왓슨이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효율적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메티는…IBM 100년 역사 첫 여성 CEO

IBM의 100년 역사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지난해 1월1일 새뮤얼 팔미사노 전 CEO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편이지만, IBM 내에서는 회사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981년 IBM에 시스템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은행·보험·전기통신·생산·헬스케어 부문 등의 고객을 관리하며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CEO가 되면서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로 꼽히는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원 자격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의 CEO에게는 자동으로 회원 자격이 주어졌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회를 거절당했다.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오거스타클럽은 지난해 10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금융회사 레인워터의 달라 무어 부회장을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였지만 로메티는 아직까지 가입되지 않았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