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정열의 손맛… 라틴미술 납시오

18일부터 한경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
카를로스 콜롬비노 등 8명 29점 선봬

쿠바 하나바에서 태어난 여성작가 알리시아 데 라 캄파 팍(47)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애니깽 노동자 1세 후손이다. 멕시코의 ‘국민화가’ 프리다 칼로의 영향을 받은 그는 라틴문화 저변에 깔린 여성 정체성과 이주자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물고기, 방파제, 바다 등 일상 소재를 활용한 그의 작품에는 여성 차별과 이민 문화의 이질성이 짙게 깔려 있다. 2009년 송일권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시간의 춤’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를 비롯해 모니카 사르미엔토 카스틸로(에콰도르), 조니델 멘도사(베네수엘라), 카를로스 콜롬비노(파라과이), 이그나시오 이투리아(우루과이) 등 중남미 5개국 화가 8명의 작품 29점이 싱그러운 봄 화단을 수놓는다.
18일부터 내달 6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의 한경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으로 펼쳐지는 ‘열정의 라틴아메리카 그림전’은 중남미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상호 교류 확대를 위해 마련된 전시회다.그동안 유럽, 미국 미술에만 편중돼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라틴아메리카의 미술 문화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기회다. 작가들은 신화, 종교, 신비와 함께 민속문화에 뿌리내린 리얼리즘의 세계를 중남미 특유의 강렬하고 환상적인 색채로 보여준다.

‘라틴 미술계의 거장’ 콜롬비노(76)는 ‘실로핀투라(xylopintura)’라고 불리는 목판화 인쇄 기법을 활용한 그림 4점을 걸었다. 심장, 비, 구두 등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대상을 나무에 새기고 깎아낸 뒤 염료와 물감을 입힌 작품들이다. 일상의 기억을 형상화한 화면에서 강한 감성이 뿜어나온다.

우루과이 인기 작가 이투리아(64)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미술을 ‘자신만의 놀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사람과 사물의 크기를 뒤바꿔 놓으면서 관람객을 무의식의 세계로 이끈다. 이번 전시에는 세면대 위에 배치한 거울에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응축해낸 작품을 걸었다.에콰도르의 페르난도 토레스 세바요스(61)는 라틴 특유의 원색을 활용해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추상과 구상 형태로 묘사하는 작가로 칼, 사람,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해 드로잉 형식으로 그려낸 근작 4점을 내보였다. 일상적 소재의 친근함과 꾸밈없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가며 활동하는 카스틸로(44)는 인생과 자연, 사랑의 메시지를 주제로 한 목판회화 4점을 내놓았다. 나무 판 위에 잎사귀 문양을 그린 뒤 스페인 알리칸테 흙(천연 황토)을 으깨어 염료와 섞어 대상을 재현했다. 현대 조형성에 전통 아메리카 인디아 공예 전통을 접목한 방법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크리스티나 누에스(36)는 실비아 백합 등 다양한 꽃을 섬세하게 그린 정물화, 빅토르 페르난데스는 모든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묘사한 추상화를 출품했다.한경갤러리 측은 “외국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만큼이나 국내에 중남미 미술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남미 작가들을 통해 이 지역 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