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 최재호 회장, 대표이사직 사퇴 "이사회 의장 역할에만 충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남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의 오너 최재호 회장(53·사진)이 19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학은 1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최재호, 강민철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강민철, 이수능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최 회장은 무학의 창업주인 최위성 명예회장(80)의 둘째 아들로, 1988년 1월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뒤 1994년 대표이사에 올랐다.최 회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가 커지면 오너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역량으로 회사가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좋은데이사회공헌재단 및 무학위드 장애인 표준사업장 업무 등 사회공헌 활동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기 위해 대표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학은 소주 ‘좋은데이’를 주력으로 하는 주류사업부는 강민철 대표(사장), 지리산 산청샘물 등 주류 이외의 사업 및 지원업무는 이수능 대표(전무)가 맡게 됐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수립 및 재무적 결정 등을 할 것이기 때문에 대표에서 물러났다고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주류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은 언제든 검토할 수 있으며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면 이(異)업종 기업에 대한 M&A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격적인 수도권 소주시장 공략은 아직 준비가 덜 돼 2015년은 돼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선 경쟁사의 고발사건 등에 대한 법적 분쟁에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학은 좋은데이를 앞세워 부산지역 공략을 본격화해 지난해 부산 점유율을 70%(출고량 기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전국 시장 점유율도 13.3%로, 2위인 롯데주류(14.8%)를 바짝 뒤쫓고 있다.

송종현/부산=김태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