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구로다, 엔저(低) 불씨 다시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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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엔저(低)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달 3~4일 예정된 구로다 총재 주재 첫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주목하면서 당장은 엔화 약세 흐름이 급속히 나타나기 보다는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2일 "구로다 총재가 취임 이전부터 아베 신조 총리와 양적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구로다 총재의 취임으로 일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체제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13조1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과거에도 수차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지만 당시에는 정치적 지지 기반이 미흡해 실패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의원(하원)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과거와 달리 정책 추진을 위한 정치적 기반이 강화됐다.이 팀장은 "경기 부양책을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인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엔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는 내달 3~4일 예정된 구로다 총재 주재의 첫 통화정책회의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무기한 자산 매입 계획을 밝힌 일본은행이 당초 계획을 앞당기거나 4~5월 새로운 국채매입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1월부터 시행예정인 무기한·무제한 QE(양적완화)의 조기 시행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에서 내달 통화정책회의가 주목된다"며 "키프로스 리스크 완화,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의한 금리 상승 등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엔화 약세로 모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가 오히려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정책 공조를 위해 국채 매입 계획이 앞당겨진다 해도 총자산 순증 규모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일본은행이 목표하고 있는 2014년 자산 매입 순증분은 10조엔인데, 매월 13조엔의 자산매입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총자산 순증 규모는 1조엔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질적인 유동성 방출량이 제한적임을 의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2012년 9월 기준으로 가계자산(1510조엔)과 기업금융자산(791조엔) 중 현금과 예금 비중이 각각 56%, 27%에 달하며 중앙은행에 재예치된 준비금 또한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일본은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아 일본은행이 유동성 방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는 선에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우려의 약화 또는 재료 노출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구로다 총재 취임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된 사안으로 일본 정부와 중앙 은행의 정책적 공조 기대는 이미 엔·달러 환율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팀장은 "엔·달러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장기 금리 스프레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며 "2000년대 미·일 국채 10년 금리 스프레드를 통해 추정해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이 95~97엔 수준에서 머물러 상위 3% 부근에 근접한 이례적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일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장기 금리 컨센서스가 미리 반영돼 있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빠른 상승이 전망되는 미국 장기 금리를 고려하면 향후 엔·달러 환율은 92~98엔 구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약세 기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김영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라카와 총재가 이끌던 금융정책회의보다 구로다 총재의 회의가 비둘기파적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결국 엔화는 중장기적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
증시 전문가들은 내달 3~4일 예정된 구로다 총재 주재 첫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주목하면서 당장은 엔화 약세 흐름이 급속히 나타나기 보다는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2일 "구로다 총재가 취임 이전부터 아베 신조 총리와 양적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구로다 총재의 취임으로 일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체제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13조1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과거에도 수차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지만 당시에는 정치적 지지 기반이 미흡해 실패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의원(하원)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과거와 달리 정책 추진을 위한 정치적 기반이 강화됐다.이 팀장은 "경기 부양책을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인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엔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는 내달 3~4일 예정된 구로다 총재 주재의 첫 통화정책회의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부터 매월 13조엔 규모의 무기한 자산 매입 계획을 밝힌 일본은행이 당초 계획을 앞당기거나 4~5월 새로운 국채매입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1월부터 시행예정인 무기한·무제한 QE(양적완화)의 조기 시행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에서 내달 통화정책회의가 주목된다"며 "키프로스 리스크 완화,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의한 금리 상승 등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팀장은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엔화 약세로 모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가 오히려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정책 공조를 위해 국채 매입 계획이 앞당겨진다 해도 총자산 순증 규모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일본은행이 목표하고 있는 2014년 자산 매입 순증분은 10조엔인데, 매월 13조엔의 자산매입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총자산 순증 규모는 1조엔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질적인 유동성 방출량이 제한적임을 의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2012년 9월 기준으로 가계자산(1510조엔)과 기업금융자산(791조엔) 중 현금과 예금 비중이 각각 56%, 27%에 달하며 중앙은행에 재예치된 준비금 또한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일본은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아 일본은행이 유동성 방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는 선에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우려의 약화 또는 재료 노출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구로다 총재 취임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된 사안으로 일본 정부와 중앙 은행의 정책적 공조 기대는 이미 엔·달러 환율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팀장은 "엔·달러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장기 금리 스프레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며 "2000년대 미·일 국채 10년 금리 스프레드를 통해 추정해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이 95~97엔 수준에서 머물러 상위 3% 부근에 근접한 이례적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일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장기 금리 컨센서스가 미리 반영돼 있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빠른 상승이 전망되는 미국 장기 금리를 고려하면 향후 엔·달러 환율은 92~98엔 구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약세 기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김영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라카와 총재가 이끌던 금융정책회의보다 구로다 총재의 회의가 비둘기파적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결국 엔화는 중장기적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