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암투병 엄마 여기자의 희망 메세지 …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스물아홉 혈액암 진단, 2년반 암 투병기 담아낸 女기자의 힐링 에세이

"2010년 9월 28일, 입원한 지 3주째 되는 날이었다. 병동 주치의가 와서 알렸다. 검사 최종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감스럽지만…암입니다.""하루 일정을 플래너에 적기 전 늘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암 환자이기 이전에 남매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고, 부모님의 딸이자 시어머니의 며느리이고, 누군가의 벗이고, 신문기자다. 그리고 암 환자다. 그뿐이다."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암을 이기고 일상으로 복귀한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32·사진)의 투병 일기기록이다.

21일 오후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녀는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찼다. 기사를 마감하고 부랴부랴 인터뷰 장소로 달려온 그녀의 모습엔 살아숨쉬는 것에 대한 감사함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달 출간한 그녀의 힐링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한국경제신문)>는 투병 기간 겪었던 일상의 깨달음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담한 어조로 담고 있다.

"일종의 우울증 치료제 같은 것이었어요.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기엔 부끄러웠지만 다른 이들에게 자극이나 희망을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아홉 열정에 가득찬 기자이자 세살된 딸의 엄마, 그리고 뱃속엔 7개월 된 둘째 아이를 갖고 있던 2010년 그녀는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빡빡머리 임산부가 됐지만 뱃속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무사히 아들 현준이를 출산하고 2011년 8월 골수이식과 치료를 거쳐 올 2월 복직했다. 책을 통해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함부로 절망하지 마라'.

"사람 살다보면 이런저런일 있잖아요. 저도 아직 30대 초반밖에 안돼서 제가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해서 삶에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든지 그런건 아니에요. 대신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혼자가 아니니깐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함부로 절망에 빠지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몸이 아픈 사람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에 힘들어하는 청춘들, 일이 잘 안 풀리는 직장인,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만난 사람들 모두 책을 읽고 기운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녀가 남긴 한 마디가 가슴을 뛰게 했다. "행복이란 평범한 일상 자체에요.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이 너무 지겹다고 생각하는데 평범한 게 진짜 고마운거에요."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