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춘곤증도 지속되면 병?

아하! 그렇군요
직장 여성 최모씨(29)는 지난달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피곤을 느꼈다. 주변 지인들에게 증상을 설명했지만 “봄에 나타나는 춘곤증이니까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최씨는 증상이 두 달 넘게 이어지자 인근 대형병원을 찾아가 빈혈검사와 갑상샘 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일반인의 혈액 내 철 함유량이 반 이상 모자란 ‘철 결핍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몸이 나른해지고 오후엔 잠이 쏟아지는 ‘봄의 불청객’, 춘곤증이 찾아왔다. 춘곤증은 특별한 의학적 질병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시적 증상이다. 봄엔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상승하지만 생체 리듬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면역저하, 피로, 수면장애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통 3주 정도면 그 증상이 사라진다. 불규칙한 식사시간, 인스턴트식품 섭취,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은 춘곤증을 3주 이상 지속시킨다.이수화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평소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늘어나기 때문에 보리, 콩, 땅콩, 잡곡류 등 견과류와 채소, 과일 섭취량을 늘려 겨울철보다 최고 10배 이상의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0~50대 성인들은 피로감을 춘곤증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한 달 이상의 춘곤증이 지속된다면 병이 생겼다는 우리 몸의 적신호일 수 있다. 춘곤증과 비슷하게 피로를 호소하는 질환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별한 질환 없이 춘곤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백혈병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빈혈이나 갑상샘저하증 갑상샘항진증 등 역시 특정 증상 없이 피로감이 오거나 숨이 차고 무기력한 증상만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40대 이후의 폐경기 여성은 철분 부족으로 인한 빈혈을 춘곤증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기혁 분당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봄에 유난히 체중이 줄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열이 나고 숨이 차며 피로가 심해진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