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한국도 핵무기 가져야 할까요

찬 "핵에 대응할 무기는 핵밖에는 없다"

반 "주변국의 핵 도미노 현상 불러올 것"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방송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해킹도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전천후 대남 공작에 정면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강경한 목소리는 바로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자체 개발해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5대 원전 강국인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안에 핵 무장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최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5%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고, 67%는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핵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를 보유한다는 것은 한반도 전체를 핵무기로 무장하는 일로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에 대응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도 핵무기 보유를 통해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핵에 맞선 유일한 대안은 우리 스스로 핵 무장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찬성론자들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와 미국의 설득과 협상에도 북한의 핵 개발 및 1·2차 핵실험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사실상 북한의 핵 무장이 인정되는 현(現)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핵 무장을 통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로 집을 지키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핵 무장론을 주장한다.

그는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적인 모험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 다른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며 “과거와 같은 외교적 노력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적 존망이 직결되는 사안으로 핵 불균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에서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대한민국 핵 무장 선언이 필요하다”며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전시작전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시기에 대한 재검토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원책 자유기업원장은 “비대칭 무기인 핵에 대한 대응무기는 핵밖에 없으며 누구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위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대반대하는 쪽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고립과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핵 무장에 나서려면 현재 가입해 있는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부터 탈퇴해야 하는데, 북한이 NPT 탈퇴 이후 국제사회의 공적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가 핵 무장에 나서는 순간 우리도 북한 수준의 외교적 고립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핵 무장은 일본과 대만의 핵 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 무장론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그는 핵 개발과 핵 보유는 그 자체의 파급력 때문에 진의가 무엇이든 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위적 차원의 핵 개발 논리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주장과 흡사해진다는 얘기다. 핵확산을 원하지 않는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찬성하지 않는 점도 현실적인 문제라고 그는 지적한다.

김황식 전 총리는 국회 대 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당장 핵주권 보유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할 때 생기는 국가이익 문제, 세계에 미치는 영향 문제 등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회적 표현이지만 핵 무장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우리가 핵을 개발한다면 전 세계적 반대와 함께 일본의 핵 무장을 재촉하는 것”이라며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생각하기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당위적인 측면과 현실적 측면 양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위적 측면에서는 핵 보유쪽에 아무래도 무게의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국의 핵우산이 있더라도 지리적 여건상 안전을 100%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남북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바로 그렇다. 어차피 북한의 핵 개발은 인정하기 싫어도 현실이 돼버렸다. 한국은 점점 북핵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주변국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핵 개발쪽에 귀가 솔깃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문제다. 한국의 핵 보유는 미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우리 내부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돼도 미국이 반대하는 한,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핵 보유에는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핵 보유 찬반 논란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순서다. 물론 이 과정은 정말 힘들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렇다. 단순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하게 실현 가능한 방법부터 찾는 게 순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