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빅오' 애물단지로…주변상인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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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안보이는 여수·대전엑스포 단지 사후 활용
유지비 6개월간 71억
운영 예산 대폭 줄어…20일 재개장 물건너가
대전은 20년째 방치
2016년 테마파크 계획…시민단체 반대로 무산위기
여수와 대전엑스포 사후 활용계획이 겉돌고 있다. 여수엑스포단지는 8개월째 사후 활용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으면서 텅빈 채 방치되고 있다. 단지 내 핵심 시설인 ‘빅오(Big-O)’는 지난해 9월 태풍에 망가졌고 지난 1월 설립한 여수박람회재단은 ‘정부 차입금 4846억원 상환’이라는 발등의 불 때문에 사후 활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개막 20년째인 대전엑스포는 지금까지도 사후 활용계획만 수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수엑스포단지도 대전엑스포단지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지난해 엑스포 기간 중 인기를 모았던 여수엑스포단지는 인적이 끊겨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람회장 주변 숙박업소와 상가들은 “장사가 안된다”며 아우성이다. 지난해 초 여수시 수정동 엑스포단지 인근에 분식집을 낸 배영호 씨(48)는 “매출이 엑스포 때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가게세는 고사하고 전기세, 물세 내기에도 빠듯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엑스포 이후 국제해양관광단지가 운영된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식당 문을 열었는데 피해 보상을 어디서 받느냐”며 “사후 활용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상인들의 바람과 달리 여수엑스포단지 사후 활용계획은 꼬여가고 있다. 부지 민간 매각 등 사후 활용을 맡을 여수박람회재단은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이사 9명 중 5명이 공석이다. 재단 구성과 함께 운영 예산도 당초보다 축소됐다. 재단 측은 “운영 예산은 전체 632억원 중 정부 차입금을 빼고 나면 118억원에 불과해 수익사업에 신경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태풍으로 파손된 ‘빅오’의 재가동이 어려워 오는 20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재개장하려던 계획도 물거품됐다. 폐막 이후 6개월 동안 박람회장 유지비로만 71억원을 썼다.◆시민단체 반대로 ‘헛바퀴’
연인원 1400만명이 다녀간 대전엑스포단지는 개막 20년째인 지금까지도 사후 활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과학공원을 미국 디즈니랜드 엡콥(ECOPT)센터 모델을 참조해 오락·과학시설이 혼합된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엑스포 종료 후 민간 전문운영업체 선정에 실패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이후 1999년 정부에서 부지를 무상 양여받은 대전시는 지난해 1월 롯데월드·롯데쇼핑과 양해각서를 체결, 2016년까지 6000억원을 들여 복합쇼핑몰, 워터파크 등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과학도시의 상징성 훼손과 교통문제, 대기업 특혜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엑스포단지 개발이 헛바퀴를 돌고 있다. 대전시는 과학공원 유지·관리비로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사후 활용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지 못하면 과학공원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엑스포 단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부터가 주먹구구식 계획의 방증”이라며 “사후 활용계획은 사전에 면밀한 사업성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대전=최성국/임호범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