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울모터쇼 관람객, "이거 정말 불편해요···"
입력
수정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다시 전시장을 출입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불편해요. 배 고파서 뭐 좀 먹고 오고 싶은데 나오면 못들어가니까···" (30대 직장인 박모 씨)
4일 일산 킨텍스전시장에서 만난 일부 관람객들이 내뱉은 불만이다. 올해 서울모터쇼는 참가 업체가 늘어나 전시 규모가 커졌다. 2년 전까지 한 곳만 운영하던 전시관은 1, 2전시장으로 확대됐다. 얘기치 않은 관람객 불편도 더해졌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는 한장의 티켓으로 다른 사람이 입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시장 재출입을 금지시켰다. 1전시장에 들어가면 관람을 마치고 2전시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방식이다. 1전시장에서 2전시장으로 옮긴 후 다시 1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2전시장 행사진행요원인 장은영 씨(27·가명)는 "한번 입장한 관람객은 다시 출입할 수 없도록 관람 티켓에 펀칭(구멍뚫기) 한다" 면서 "전시장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겠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2년 전보다 관람객 유치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말에만 일반인이 몰리고 평일엔 조용했던 이전과 달리 평일에도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고 있기 때문.
서울모터쇼조직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막일부터 4일까지 7일간 모터쇼를 다녀간 관람객은 총 6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주말 관객만 34만 명을 모아 평일 관객은 하루 평균 6만 명씩 찾고 있는 셈. 르노삼성차 전시관의 레이싱모델 이화영 씨는 "예전에는 자동차 마니아만 사진 찍으로 모터쇼를 방문했는데 지금은 일반인도 와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며 "올해엔 평일에도 많은 남성들이 사진 찍으로 온다"고 설명했다.
관람객이 몰리면서 흥행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일부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부대 행사가 부족해 아직 전시회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운대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왔다는 한 여대생(21)은 "전시장을 둘러보니 멋진 차들은 많은데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행사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모터쇼를 찾은 업계 관계자들은 "규모는 이전보다 커졌지만 볼만한 차들이 많지 않다"고 불평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 현대·기아차 주요 임원진이 해외 모터쇼를 즐겨 찾는 반면 서울모터쇼는 방문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고차 거래업체 SK엔카 관계자는 "모터쇼 가보니 전시장은 커졌는데 화려한 쇼카들이 너무 없더라" 며 "해외 유명 모터쇼와 비교하면 신차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일부 고급차 업체들은 차를 '전시용'으로 보여주기만 하고 사람들이 차를 타볼 수는 없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시 차량의 차문을 못 열게 잠겨놨다. 관람객이 신차의 시트에 앉아 운전대도 만져보고 각종 편의장치를 볼 수 없도록 했다. 벤츠 부스의 안내 데스크 직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차문을 못 열게 한 것" 이라며 "실제 차를 타보고 싶은 고객이 있으면 벤츠 직원한테 요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